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성장 추구'에서 '안정 우선'으로 공식 수정됐다.

'대한민국 747'(7% 성장,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강국 진입)을 위해 성장 엔진에 급피치를 올려온 이명박호(號)가 고유가와 물가 급등,'쇠고기 파동' 등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출범 3개월 만에 항로를 바꾸었다.

정부는 1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서민생활과 물가 안정을 위한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정책노선을 변경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물가 안정과 고유가 극복을 위한 추가 대책도 논의했다.

◆정책방향 수정 공식화

기획재정부는 경제정책 운용 방향과 관련,"고유가로 서민생활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으므로 민생 안정에 정책의 최우선을 두면서 물가 안정과 성장을 균형있게 추구할 계획"이라며 "서민생활과 물가 안정 등 경제안정화에 주력하는 가운데 추가적인 경기 위축을 방지하기 위한 대응 노력도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의 무게중심을 성장에서 안정으로 옮기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나타낸 것이다.

기존 정책기조는 '우리 경제를 7% 성장이 가능한 경제로 탈바꿈'(3월10일 대통령 업무보고)이었다.

정부는 그러나 그동안 추진해온 각종 성장정책들을 폐기하지 않고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번 기조 변화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한 것이지 '모 아니면 도'식의 일방적 선택을 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강 장관은 "투자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성장동력 확충은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차질 없이 추진해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게 하겠다"며 "성장을 통한 공급능력 확충이 이뤄질 때 물가 안정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통화 환율 재정 등 각종 거시정책 수단에 대해서도 안정 위주 노선이 채택됐다.

통화.환율정책은 '물가 성장 등 실물경제 흐름과 괴리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운용'하기로 했고 재정정책도 '서민생활 안정에 주력'하는 쪽으로 추진키로 했다.

◆공공요금 동결 및 인상 최소화

철도,상.하수도,쓰레기봉투와 같은 공공요금은 동결하고 시내버스 택시 등 기타 공공요금은 인상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중앙정부의 모든 공공요금에 대해 원가 상승 부담과 경영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하반기 중 요금별 인상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다만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경우라도 일시에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인상 시기를 분산시키기로 했다.

물가 인상에 편승한 매점매석과 독과점에 대해서도 강력 대응키로 했다.

이달 중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국세청 합동으로 철근 사재기 행위에 대한 추가 단속을 실시하고,사재기가 우려되는 품목에 대해서는 사전 실태 조사 후 매점매석 품목으로 고시하기로 했다.

◆민생안정 추가대책

한나라당과 정부는 13일 국회에서 실무 당정회의를 열어 고유가 민생안정종합대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당.정은 지난해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 4조9000억원 가운데 고유가.민생대책에 이미 포함된 3조4000억원 외에 나머지 1조5000억원도 유사한 정책에 모두 활용,10조5000억원 규모로 추진키로 했던 고유가 민생대책 예산을 12조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우선 비료가격 상승과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민들을 지원하는 데 3100억원을 쓰기로 했다.

유가와 마찬가지로 사료 비료 등에 대해서도 가격상승분 중 일부를 정부가 부담할 계획이다.

쌀 콩 등 농작물에 대한 정부 비축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전통시장에 주차장을 마련하는 데 200억원가량을 추가 배정하고 대학생 학자금 대출에 대한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