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꾼 전쟁에는 '모순'이 존재했다.

기원전 어느 시기,장난감이나 유희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목마'는 10년간 이어졌던 트로이전쟁을 하룻밤 만에 끝냈다.

기원전 218년 포에니전쟁 당시 세계 최강국 로마는 '눈 덮인 알프스 산을 넘어온 아프리카인' 카르타고 사람들로 인해 멸망의 위기까지 몰렸다.

대담하고 무모하기까지 한 혁명적 발상은 이처럼 세계사를 바꿔왔다.

컬럼비아대학의 번트 슈미트 교수는 현대의 경영환경이 이같이 금기와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대담한 발상,즉 '빅 싱크(big think:큰 생각)'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슈미트 교수는 10일 열린 한국경제신문사 주최 한경 HiCEO 포럼에서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혁신과 창조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기술적 진보나 새로운 경영관리 도구를 도입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기업,조직 내의 모든 고정관념에 대해 다시 묻고 깨부수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슈미트 교수가 '빅 싱크'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은 기술적 차별화와 벤치마킹 전략으로는 더 이상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힘든 경영환경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들어 비약적 성공을 거둔 글로벌 기업들의 상당수가 작은 변화에 그치지 않고 업계의 거대한 흐름을 바꾼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애플 '아이팟'의 등장이 그러했다.

불법복제가 판치고 소송이 잇따르면서 디지털 음원업계가 갈등과 회의론에 휩싸이던 시기에 '아이팟'은 새로운 디지털 음원업계의 생태계를 바꾸며 단숨에 세계적 히트작으로 부상했다.

유니레버 화장품 도브의 '리얼 뷰티(real beauty)' 광고 시리즈는 평범한 여인들을 모델로 등장시켜 기존의 통념을 넘었다.

이 광고는 수십년간 외적 미모를 중시하던 화장품 업계의 마케팅 전략을 조롱하며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슈미트 교수는 '빅 싱크'를 위해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을 결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테면 담배와 어린이,아이스크림과 불판 같은 식이다.

외부 업계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동종업계 벤치마킹은 금물이다.

고정관념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반문도 필요하다.

슈미트 교수는 하지만 아이디어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은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디어는 창의적이고 심지어 뻔뻔해야 하지만 이를 평가하고 시장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획회의나 시장조사 등에 고객을 비롯한 모든 이해 당사자와 소통해야 하며 부서 간 협업도 더욱 긴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일로(silo)라고 명명한 부서 간 이기주의가 '큰 생각'을 막는 큰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소니가 퇴보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부서의 경우 인터넷 관련 사업만,MP3 관련 부서는 그쪽 업무만 생각하는 관행이 고착화된 탓이라고 덧붙였다.

독일 태생인 슈미트 교수는 미국 코넬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1988년부터 컬럼비아대에 재직 중이다.

'빅 싱크전략'과 '체험마케팅' 등 베스트셀러를 냈다.

소니 포드 IBM 지멘스 등 세계적 기업들과 롯데그룹 아모레퍼시픽 등이 그의 컨설팅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 중 '빅 싱크'를 가장 잘 구현한 기업은 삼성전자와 SK커뮤니케이션즈(싸이월드)를 꼽는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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