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코스피지수가 1715~1840선 횡보에 그치겠으나, 자동차와 IT, 에너지 등 분야에 대한 관심은 높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9일 박준현 신임 사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김 센터장은 "하반기에 미국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보인다면 코스피지수는 1840선을 유지할 확률이 높지만,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달러가치가 급락하면 지수는 1715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하반기 최고 지수를 1950으로 전망하고, 최악의 경우 1540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부정적 전망의 배경에 대해 김 센터장은 "선진시장은 이미 과소비 상태이며 신흥시장은 물가 상승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어디서도 소비를 늘려줄 수 없다"며 "미국에서 중국으로 헤게모니가 너무 빨리 넘어가면서 국제 경제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동산과 주식시장 대신 원자재에 돈이 몰리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의 성장이 늦춰져 원자재값이 다소 안정되더라도 증시에는 결국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섹터에 따라서는 하반기에 기회가 올 것으로 내다 봤다. 시장 전체보다 경쟁력 강화가 예상되는 '반짝이는' 섹터에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김 센터장은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최근 몇 년간 R&D 투자 부진으로 신제품을 개발하지 못했다"며 "하반기에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헤게모니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의 경우 글로벌 반도체 경쟁업체들이 다 죽어가는데도 유일하게 돈을 갖고 있는 회사이며, 휴대폰 분야에서도 잇따라 신제품에 실패한 소니에릭슨과 모토로라 등이 하반기에 내놓을 신제품이 또 실패할 경우 경쟁력과 점유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밖에도 제약, 교육, 보험 등 영업환경 불안이 덜한 방어주들에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며, 에너지 관련주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 봤다.

한편 이날 신임 박 사장은 "IB(투자은행)와 CM(상품운용) 부문을 적극 육성해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홍콩, 싱가폴, 대만, 중국 등 아시아시장을 비롯해 세계 시장으로 무대를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M&A(인수합병)와 관련해서는 "규제 현황을 감안해 밸류에이션을 높일 기회가 된다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충분히 검토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인터넷뱅킹 진출에 대해서는 구체적 검토를 하지 않고 있으며, 그룹 차원의 금융지주사 전환 역시 장점이 있지만 규제도 따르므로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