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인사 문제 등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고 있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은 당초 '끈끈한 동지'였다.

두 사람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으로 불렸으며,대선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러던 두 사람이 언제부터,왜 틀어지게 됐을까.

정 의원이 비판한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은 과연 어떻게 가동되고 있나.

◆언제부터 틀어졌나

지난 2월 초까지만 해도 새 정부에서 '한자리'하려는 사람은 정 의원에게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얘기들이 인수위 안팎에 자자했다.

정 의원의 경기고,서울대 동기동창이 뜨고 있다는 게 관가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 의원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어느 고위 공직자가 하도 밥 먹자고 졸라서 나가보니 '오빠 나 이번에 안 시켜주면 울어버릴 거야~잉.알았지~잉'이래요…"라고 말한 게 단적인 예다.

그만큼 인수위 초창기 시절 정 의원의 '파워'는 막강했다.

그러나 내각 및 청와대 참모 인선 작업이 본격 시작되면서 '정 의원이 배제됐다'는 설들이 나돌았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 비서관이 장관 인사 작업을 주도하면서 상대적으로 정 의원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인사는 당시 소공동 롯데호텔 31층에서 '4인방'이 주도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4인방은 류우익 대통령실장 내정자,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윤한홍 서울시 인사과장,그리고 박 비서관이었다.

정 의원은 8일 당시 상황에 대해 "(인사가) 너무 주먹구구식이라는 느낌을 받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 대통령에게 위원회를 하나 더 만들자고 했는데,내가 배제됐다"고 말했다.

그 이후 이 대통령이 내각과 청와대 인선에서 손을 떼고 당의 일만 맡으라고 해서 뒷전으로 빠졌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 측 인사인 이태규 연설기록비서관이 한 달여 만에 사퇴하면서 '뒷말'을 낳기도 했다.

정 의원이 '4·9총선' 과정에서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55인의 선상반란'에 관여하면서 양측 간 권력 투쟁의 '단초'가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인사권은 누가

각 부처 및 산하기관 등의 인사는 청와대 인사비서관이 실무를 담당하고 민정수석실은 검증을 맡는다.

류우익 대통령실장이 주재하는 인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친 뒤 대통령에게 올리는 게 통상의 절차다.

박 비서관은 인사의 공식 라인에서 제외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박 비서관이 과거 청와대 국정상황실 기능에다 대통령실 감찰업무를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인사권까지 쥐고 있다는 얘기들이 여권 내부에서 파다하다.

행정안전부 출신의 인사비서관이 따로 있지만,류 실장과 박 비서관이 막후에서 실질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공기업 관련 인사도 류 실장이 총괄하고,박 비서관이 전담하면서 "내 사람 심기를 하고 있다"는 게 정 의원 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박 비서관 측은 "얼토당토않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한 측근은 "박 비서관은 보직의 영역이 넓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데,실무적인 것을 했을 뿐,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현 통합민주당 부대변인은 "집권 100여일만에 독재 권력의 말기 증상이 벌어지고 있다.

네 탓 공방은 그만둬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