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을 휘젓던 헤지펀드들이 시련기를 맞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수익률이 추락한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헤지펀드 중에서도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인 홍콩을 무대로 거액을 빌려 고위험·고수익 투자를 즐겨 해왔던 '레버리지펀드'들은 큰 타격을 받아 거의 빈사상태에 빠졌다.

중소형 펀드 가운데는 자산을 청산하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레버리지펀드란 자산의 차입금 비중이 높고 투자 위험을 헤지하기보다 가격 상승 또는 하락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는 '방향성 투자' 경향이 강한 헤지펀드의 한 부류다.

◆중소형 레버리지펀드 퇴출 속출

6일 홍콩 현지 증권업계에 따르면 레버리지펀드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수익률이 극히 부진해져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가 쏟아지고 있는 데다 신규 금융 차입(레버리지)이 어려워져 존립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태다.

헤지펀드 전문조사업체인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아시아 헤지펀드들은 올 들어 평균 5.6%의 손실을 보여 최근 8년 사이에 수익률이 가장 부진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산운용회사인 림 어드바이저,GAM,DRT 매니지먼트 등의 헤지펀드들은 최근 1년 수익률이 -22.3∼-11.9%로 극히 저조한 상태다.

헤지펀드 전문 투자회사인 퍼멀그룹 홍콩법인의 조영로 북아시아 영업담당 이사는 "운용 자산 규모가 작은 일부 중소형 펀드는 이미 자산을 청산하고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말했다.

더욱이 돈줄이 막혀 존립 여부도 불투명하다.

자산운용회사인 GAM 홍콩법인의 저매인 스제 이사는 "투자자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보수적으로 바뀌어 레버리지펀드에는 자금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반 헤지펀드도 리스크관리 '비상'

레버리지펀드의 몰락을 지켜본 일반 헤지펀드들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차입금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 수익률 방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자제하는 등 몸을 사리고 있다.

이남우 메릴린치 싱가포르지점 전무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헤지펀드들이 리스크 관리에 힘쓰는 분위기가 뚜렷해졌다"고 전했다.

헤지펀드의 이 같은 자세 변화는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줄이는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레버리지펀드를 포함한 홍콩 소재 헤지펀드들은 한국 증시에서 대차거래(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판 뒤 나중에 주식을 사서 되갚는 투자 방식)에 상당히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글로벌IB의 서울사무소 고위 관계자는 "레버리지펀드의 쇠퇴와 일반 헤지펀드의 리스크 관리 강화는 외국인의 대차거래 규모를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홍콩=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