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절대적인 진실'이 존재할까?

일본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의 주인공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그가 단편소설집 <<나생문(羅生門)>> 중 <덤불 속으로>라는 작품을 통해 인류에게 던진 질문이다.

이 소설은 한 살인사건을 두고 네 명이 각자의 입장에서 다르게 기억하는 것을 줄거리로 한다.

구로사와 아키라가 영화 '라쇼몽(나생문의 일본식 발음)'으로 1951년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와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아 더욱 유명해졌다.

'나생문(羅生門)'이 연극과 뮤지컬로 관객들 앞에 선보인다.

연극 '나생문'은 공연기획사 쇼플레이가 오는 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 올린다.

뮤지컬은 공연기획사 해븐이 '씨왓아이워너씨'(See What I Wanna See!)라는 이름으로 7월15일부터 8월2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인다.

평론가들은 '나생문'이 갑자기 연이어 보여지는 것은 순수혈통을 자랑하던 한국이 다문화시대로 넘어가면서 생기는 혼란을 공연계가 짚어낸 것이라고 분석한다.

박용호 해븐 대표는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양한 진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지금의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작품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연극 '나생문'은 원작의 줄거리와 주제에 충실하다.

스님과 나무꾼이 재판을 보고 오는 도중 성문(나생문) 앞에서 만난 행인에게 타조마루라는 산적이 사무라이를 죽이고 그의 부인을 강간한 사건을 들려준다.

하지만 이들이 들은 산적과 부인,무당의 고백은 각기 다르다.

산적은 사무라이가 죽은 것은 정정당당한 결투를 벌인 결과라고 말한다.

부인은 혼절하고 깨어나보니 남편이 죽어있더라고 고백하고,죽은 사무라이는 자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간결하고 절제된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 '라쇼몽'과 달리 연극은 훨씬 드라마틱하다.

칼싸움 장면도 다이내믹하고 의상 또한 화려하다.

군데군데 유머도 곁들여져 있다.

그룹 god 출신의 가수 데니 안이 배우로 성공한 모습도 볼 만하다.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는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가져온 라이선스 공연으로 현대적인 해석이 신선하다.

소설 <덤불 속에서>뿐 아니라 <용> <케사와 모리토> 등 같은 작가의 작품이 줄거리에 녹아있다.

물론 '상대적인 진실'이라는 주제는 일맥상통한다.

배경도 2000년대 뉴욕 센트럴파크다.

1막은 목격자인 영화관 경비원,자신이 살인범이라고 주장하는 강도,남편과 동반자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하는 아내,죽은 남편의 주장을 전하는 영매(靈媒)가 줄거리를 진행한다.

2막은 9·11 테러 사건 이후 신의 존재를 의심하게 된 신부가 센트럴파크에서 거짓으로 예수의 재림을 설파한다는 내용이다.

연출은 뉴욕에서 '라쇼몽''보이체크' 등을 선보인 콜롬비아 출신의 하비에르 구티에레즈가 맡는다.

무대도 독특하다.

사면을 모두 객석으로 이용해 객석 위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질 수 있도록 했다.

관점에 따라 진실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무대장치로 보여주는 것.재즈,가스펠부터 팝,일본 전통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김선영,강필석,박준면 등 실력파 배우들의 열연이 기대된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