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 메스대기 앞서 중간관리자 역할 명확히

"조직도만 바꿔 그리지 말고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명확히하라."

경영 컨설팅회사인 부즈&컴퍼니(옛 부즈앨런 해밀턴)가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6월호의 커버 스토리로 다룬 '성공적인 전략실행 비법'의 골자다.

이 보고서는 많은 회사들이 경영에 문제가 있을 때 일단 손쉬운 조직 개편부터 하려는 오류를 범한다며 그보다는 조직 내 정보 흐름을 원활히하고 누가 의사 결정권을 갖는지를 명확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즈&컴퍼니의 게리 닐슨 부사장과 칼라 마틴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대표,엘리자베스 파워스 뉴욕 사무소 대표가 공동 작성한 이 보고서는 지난 5년 동안 50여개국 1000여개 민간업체 정부기관 비영리단체의 경영진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직능력 평가 설문 조사 및 그동안의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 부족으로 난관에 봉착한 최고경영자(CEO) 출신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공기업 개혁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보고서는 "전략 실행이란 조직원들이 자신이 가진 정보와 자기 이익에 따라 행하는 수많은 의사 결정의 결과물"이라며 경영자들이 조직원들의 행위에 영향을 주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 △명확한 의사 결정권 △원활한 정보 흐름 △일관된 동기 부여 △적절한 조직체계 등 네 가지를 꼽았다.

또 대부분의 조직들이 성과를 높이려 할 때 당장 눈에 보이는 조직도부터 다시 그리는데 이는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몇 년만 지나면 다시 똑같은 문제를 안고 원점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략에 맞게 조직을 바꾸려면 의사 결정권을 명확하게 하고 정보가 필요한 곳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며 이 두 가지가 제대로 이뤄지면 많은 경우 조직 개편과 동기 부여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즈&컴퍼니는 한 글로벌 소비재 그룹을 예로 들었다.

이 회사 경영진은 실적이 악화되자 당시 유행하던 방식대로 중간 관리층을 대폭 줄이고 경영진의 관리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조직 구조를 개편했다.

당장은 관리 비용이 18% 줄고 성과가 나타나는 듯했지만 몇 년이 지나자 이런저런 필요에 의해 다시 중간 조직들이 생겨났다.

결국 근본 문제는 중간관리자들이 그들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지 못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알아 냈다.

관리자들이 한 자리에서 좀 더 오래 근무토록 하는 등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자 조직 체계는 자연스럽게 슬림해졌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