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유가와 고환율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항공·해운·내수주 등이 숨통을 트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진 데다 정부의 고환율정책 포기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고유가·고환율 피해 종목들이 반등의 계기를 찾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유가와 환율 하락이 추세로 굳혀지는지 여부와 해당 종목의 실적 개선으로 연결되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항공·해운주 반등

항공주와 해운주는 4일 유가가 지난달 중순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제히 반등했다.

아시아나항공이 3% 넘게 급등,5880원에 장을 마쳤고 대한항공도 0.56% 올랐다.

항공주는 항공유 조달비용이 전체 원가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고유가 부담이 커 그동안 주가가 맥을 추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동결,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석유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이 완화돼 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주가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병화 현대증권 연구원은 "항공주가 2분기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지만 2분기가 바닥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주도 한진해운현대상선이 각각 2.4%와 1.13% 뛰어 유가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들 종목은 컨테이너선을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기름값의 원가 비중이 20%에 달해 유가가 하락하면 상당한 수혜가 예상된다.

유가 하락 수혜주로 꼽히는 LG화학호남석유도 이날 각각 5.35%와 2.87% 급등했고,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비중이 높은 기아차도 2% 이상 올랐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원유 등에 대한 투기 규제를 본격화하고 석유 수요 감소 기미가 감지되면서 유가가 하락 쪽으로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유가 하락은 수입원재료 가격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내수주는 환율 하락 수혜 기대

환율 하락은 내수주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최자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수입을 많이 하는 음식료업종은 환율 하락의 수혜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2004년 이후 최근까지 음식료업종지수와 환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환율이 1% 떨어지면 지수가 0.86%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원은 음식료업종에서 원재료 수입액이 가장 많은 CJ제일제당을 최대 수혜주로 꼽았다.

우리투자증권의 CJ제일제당 목표주가는 32만원으로 이날 종가(26만5000원)보다 20.7% 높다.

한국전력과 가스공사도 환율 하락 수혜주로 꼽힌다.

신민석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석탄 벙커C유 등을,가스공사는 LNG(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해 내수시장에서 판매하는 업체들이기 때문에 환율 하락이 이익 증가로 직결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포스코의 경우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440억원의 환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환율과 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안정돼 소비심리가 살아나면 신세계롯데쇼핑 등 유통 대표주들도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