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 이상 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중단 조치가 내려지기까지 청와대와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긴박하게 움직였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의뢰된 지난달 29일이 변곡점이었다.

고시 의뢰 이후 더 격렬해진 시위 상황이 당시 중국을 방문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되면서 협상 불가쪽에서 협상쪽으로 급선회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내 재협상 의견들이 속속 청와대로 전달됐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일 "이미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선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시위가 격화되기 시작한 지난달 중하순께부터 미국과 30개월 이상 된 소의 수입을 일정기간 유보하기 위한 추가 협의가 불가피하다는 보고를 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고위 당국자에게 '재협상을 할 방법이 있느냐'라고 묻는 등 내심 검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 방문에서 돌아온 30일 저녁 시위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재협상)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주한 미국대사관 측에서도 시위 상황을 시시각각으로 본국에 보고하는 등 한국 내 민심 동향을 체크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 협상을 위한 물밑 접촉은 지난달 하순부터 통상교섭 라인에서 극비리에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청와대 내 핵심 인사 몇 명을 빼고는 관련 부서 인사들조차 접촉 사실을 모를 정도였다.

쇠고기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나도 신문을 보고서야 재협상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말을 안 해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진짜 내용을 몰라서 해 줄 말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선 박재완 정무수석이 시시각각 미국 측과의 접촉 내용을 점검하고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30개월 이상 된 소의 수입을 일정기간 유보하는 데 대해 미국 측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2일 밤,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어 공식 재협상 시작 사실을 공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홍영식/박수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