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명품 잘나가는데…" .. 개성강한 디자인. 초고가 정책 소비자 외면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크리스찬디올이 고민에 빠졌다.

최근 '맥럭셔리'(mcluxury.맥도날드와 럭셔리의 합성어로 사치품이 햄버거처럼 흔해졌다는 뜻)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명품이 매출 호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홀로 3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크리스찬디올의 한국법인 크리스찬디올쿠튀르코리아는 2005년 4600만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2006년 11억9700만원,지난해에는 13억13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매출도 지난해 249억원에 그쳐 2004년 수준으로 뒷걸음질쳤다.

경쟁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의 지난해 매출이 39.4% 증가했고 페라가모(15.6%).에르메네질도제냐(19.8%) 등도 두 자릿수 신장세를 보인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디올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에 대해 업계에선 마케팅 전략의 실패라고 분석한다.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제품 출시로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A백화점 명품 바이어는 "수석 디자이너인 존 갈리아노와 남성라인(디올 옴므)의 에디 슬리먼은 개성이 강하고 마른 사람들만 소화할 옷을 만들었다"며 "특히 지난해 말 회사를 떠난 에디 슬리먼의 디올 옴므를 두고 사내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판매 전략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B백화점 명품 바이어는 "디올은 핸드백을 200만원대 위주로 판매하면서 100만원 미만의 '로고백'(브랜드 로고무늬 핸드백) 비중을 축소한 탓에 가격 저항에 부딪쳤다"고 분석했다.

경쟁 브랜드인 루이비통의 스피디백,구찌의 재키백은 가격이 60만~80만원대다.

때문에 디올의 매출은 지난해 현대백화점 압구정점(2.2%).무역센터점(-5.9%),신세계백화점 강남점(-16.6%),롯데백화점 본점(-9.1%) 등 중심 상권에서 소폭 증가 또는 감소세를 기록했다.

갤러리아 본점에서만 20% 증가했을 뿐이다.

디올 측은 이에 대해 '하이 프레스티지'(high-prestige.명품 중에서도 최고급)로 옮겨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대중적인 로고백 매출비중이 30% 이상인 루이비통 구찌 등과 차별화하기 위해 로고백 판매를 중단하는 등 철저히 고급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명품 수입업체 C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명품 붐이라 해도 디올의 최고급화 전략을 소화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며 "디올의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