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히말라야는 왜 나를 살려 보냈을까?
"히말라야는 왜 나를 살려서 돌려보내 준 것일까.

문득 세상으로 나가 무엇인가를 하라고 돌려보내 준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말라야에서 받은 깊은 은혜를 산으로 되돌려 주라는 것,그것이 히말라야의 산들과 신이 나를 살려서 돌려보낸 이유였습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의 8000m급 봉우리 16개를 모두 오른 산악인 엄홍길씨.그는 지난해 5월31일 16좌의 마지막 봉우리인 로체샤르에 오른 뒤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귀국 후 그는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신체장애ㆍ지적 장애ㆍ온몸에 입은 화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과 산에 올랐다.

기업ㆍ학교ㆍ관공서ㆍ복지기관 등에서 강연을 통해 자신이 희말라야에서 수도 없이 겪은 실패와 좌절,도전을 들려주며 꿈과 용기를 북돋웠다.

이 책은 그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16좌 등정기가 아니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자신과 싸우고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꿈과 희망,용기의 메시지를 담은 산문집이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는 나를 오르고 나의 정신과 영혼을 더 높이 성장시키기 위한 것이며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올랐다'라는 결과가 아니라 오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책마을] 히말라야는 왜 나를 살려 보냈을까?
정상의 기쁨은 아주 잠시뿐이므로 힘든 과정을 즐겨야 한다는 것.그는 "우리 인생도 정상이라는 먼 미래만 보고 산다면 지금이라는 과정은 늘 힘들기만 할 것"이라며 과정을 즐기고,그 순간을 사랑하며 치열해져 보라고 강조한다.

그는 '풍요의 여신' 안나푸르나를 4전5기 끝에 올랐다.

4번째 실패했을 때에는 오른발 발목이 180도 돌아가는 중상을 입고 더 이상 산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쇠핀이 박힌 다리를 질질 끌며 다시 등산을 시작한 그는 1999년 4월 마침내 안나푸르나에 올랐고,여기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산을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대상으로 생각했던 나에게 안나푸르나는 '산이란 경외의 대상임'을 알려주었다.

기고만장하고 오만했던 나를 안나푸르나가 일깨워준 것이다.산이 받아주어야 오를 수 있다는 것,산은 살아움직인다는 것을."

가수 이문세씨가 해발 5800m의 얄룽캉 베이스캠프에서 열어 주었던 히말라야 최초의 산상음악회,가난하고 고단한 삶에서도 행복을 놓치지 않는 현지인 짐꾼(포터)과 형제애를 나눴던 셰르파,2004년 초모랑마 등반 후 하산길에 영면한 후배 산악인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꾸렸던 휴먼원정대….그는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일상에서 발견하는 행복과 불굴의 도전정신,겸허함과 나눔의 미덕을 강조한다.

지난 28일 네팔을 비롯한 빈곤국의 교육ㆍ의료를 지원하고 국내 소년소녀 가장,장애인,소외계층에 도전정신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엄홍길 휴먼재단'을 발족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앞으로 올라야 할 산들은 바로 이웃들이 겪는 아픔과 고통의 산이다.이제 다시 시작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