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앉는 소 도축, 동물성 소 사료 전면 금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임박한 가운데, 정부가 광우병 등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국민 우려를 씻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검역 뿐 아니라 국내 한우에 대한 광우병 관리.예방 시스템도 대폭 강화한다.

28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비(非)정상소의 도축과 소에 대한 동물성사료를 전면 금지하는 등의 개선 방안을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고시 시점에 맞춰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상당 부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검역 시스템보다도 뒤늦은 조치다.

◇ 광우병위험소 도축.식용 전면 금지

우선 정부는 앞으로 소 도축 과정에서 '앉은뱅이 소'(기립불능소;downer)나 과민반응을 보이는 비(非)정상 소의 도축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비록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광우병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광우병 감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소가 식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취지다.

현행 축산물가공처리법에서는 도축장에 배치된 검사관(수의사)이 도축 가능 여부를 가려내도록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검사 물량이 많아 정밀 검사가 불가능하고 기립불능소 등이 대부분 도축되고 있다.

다만 비정상소의 경우 따로 모아 도축하고, 피부가 짓무르거나 심하게 붇는 등 심각하고 뚜렷한 증상이 있는 경우 정밀검사를 받도록 돌려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검사관을 늘리고 도축 과정의 생체(산 소) 검사를 강화, 제대로 서지 못하거나 빛.소리 등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는 기본적으로 '식용으로 적합지 않다'고 판단, 도축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지난 20일 미국 농무부가 '앉은뱅이 소'라도 2차 검역을 통과하면 도축을 허용해온 기존 규정을 철폐하고 앉은뱅이 소 도축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같은 성격의 조치다.

도축 검사가 강화되면 현재 한 해 120마리 정도인 도축 불가 판정 건수가 3배로 불어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서지 못하는 것은 광우병 증상의 하나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고령이나 난산 후유증, 대사성 질병 등에 따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과민반응 소는 독초나 곰팡이 등을 먹고 중독된 경우가 많다.

◇ 하반기 중 소에 모든 동물성사료 금지

광우병 관리의 핵심인 동물성사료 조치도 강화된다.

지난 2001년 12월 이후 우리나라는 소 등 반추동물을 다른 반추동물의 사료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지난 1998년 이후 실행해온 동물성사료 조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돼지 등을 소의 사료에 섞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광우병 원인체(변형 프리온)의 잠재적 교차 오염을 막기에는 미흡하다.

따라서 정부는 올해 사료관리법과 관련 고시 등을 고쳐 9~10월부터는 어분(생선)을 제외한 모든 동물성 단백질은 소 등 반추동물의 사료로 사용될 수 없도록 금지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이 갖춰지면 만약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원인물질이 사료를 통해 다른 소에 유입될 수 있는 길은 완전히 끊어진다.

미국도 지난달 25일 ▲ 광우병 감염 소 ▲ 30개월이상 소의 뇌.척수는 모든 동물 사료에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새 동물사료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소.양 등 반추동물에서 나온 단백질 부산물을 다시 반추동물에 먹이지 못한다'는 기존 조치에 비해 대상 동물 범위 등의 측면에서는 강화된 것이나, 광우병위험물질(SRM) 가운데 뇌와 척수만 제거한다는 점 등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올해 안에 광우병등급 평가 점수 채운다

아울러 정부는 광우병에 대한 예찰을 강화, 올해 안에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위험관리 등급 판정 요건을 갖출 계획이다.

OIE로부터 '무시할만한(negligible) 위험', '통제된(controlled) 위험' 등의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최근 7년간 24만점의 광우병 예찰 점수를 채워야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만 8천300마리의 소에 대해 광우병 감염 여부를 검사했지만, 누적 예찰 점수가 아직 9만5천점에 불과한 상태다.

정부는 지금까지 대부분 도축된 소를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했으나, 이제 높은 점수가 배정된 기립불능 소 등 '광우병 위험소'에 대한 검사를 본격 확대, 점수가 충족되는대로 OIE에 등급 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다만 3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관련 추가 예산 확보 여부가 관건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5월 OIE로부터 '광우병위험 통제국' 지위를 얻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OIE 기준에 따르자면 등급 판정을 거치지 않아 '광우병 위험을 판단할 수 없는(undetermined)' 나라로 분류돼있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