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에 대한 편견을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와인은 복잡하고 어려워질 뿐이죠."

'와인의 대가' 로버트 파커(61)는 2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와인에 대한 열린 자세를 강조했다.

"흔히 레드 와인은 육류,해산물은 화이트라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레드 와인을 마시면서 먹는 해산물 요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전통적으로 믿어 온 방식들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지만 항상 열린 자세로 와인을 바라보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로 꼽히는 파커는 와인의 맛과 향을 평가해 점수(파커 포인트.100점 만점)를 매겨 왔다.

와인 평론가로는 유일하게 프랑스 정부로부터 두 번이나 훈장을 받았고 뉴욕타임스는 '파커가 시음한 와인을 내뱉는 순간 와인상들은 전율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파커는 신라호텔과 삼성카드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와인 갈라 디너(29~30일)에서 자신이 직접 고른 7개 와인을 소개하기 위해 방한했다.

파커는 이날 "좋은 와인은 좋은 음악이나 예술 작품과 같다"며 "자신만의 독특함을 잘 표현하면서도 균형이 잡혀 있는 것이 좋은 와인"이라는 그만의 와인 철학을 들려 줬다.

그는 또 한 번 매겨진 파커 포인트는 변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최초에 점수를 줄 때는 정확하게 주고자 한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와인도 변하기 때문에 점수가 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파커는 와인 업계가 자신을 주목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의도하지도 않은 '와인 권력'으로 불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권력으로 말한다면 오로지 소비자 권력과 소비자 주권이 존재할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와인 평가는 시음하는 사람의 주관적이고 독창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내가 시음한 와인의 계수화된 평점만을 보지 말라"며 "구체적인 시음 노트를 함께 읽음으로써 해당 와인과 관련한 전체적인 맥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커는 한국에서 입양한 딸 마이어(21)를 대동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마이어에 대해 "미술을 공부하는 자랑스러운 딸이고 본인도 한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각을 키우라고 딸이 탄생한 해인 1987년산 와인을 몇 상자 사줬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도 와인에 관심이 많은데 때론 나와 와인에 대해 언쟁이 붙기도 한다"며 웃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