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 카스피 이스라엘 대사 "척박한 사막 기업천국 만든건 R&D의 힘"
"이스라엘의 지난 60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시간이었습니다.

창조적인 사고방식으로 혁신기술을 만들어 냈으며,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창업과 연결시키는 문화를 창조해 냈기 때문입니다."

이갈 카스피 주한 이스라엘 대사(58)는 27일 서울 서린동 이스라엘대사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올해로 건국 60주년을 맞은 이스라엘의 성장 원동력은 혁신을 우선시하는 문화라고 힘주어 말했다.

600명의 이민자들이 척박한 사막에 나라를 세운 지 60년 만에 1인당 GDP(국내총생산) 2만1000달러(2006년)의 강소국으로 키운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8일이 건국 기념일이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카스피 대사는 이스라엘 외무부 동북아시아국장 등을 지낸 뒤 2005년부터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이스라엘의 성공 비결에 대해 "GDP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4.6%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며 성장의 엔진이 R&D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술을 창업으로 연결시키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을 돕는 '기술 인큐베이터' 프로그램과,대학마다 벤처기업 창업을 유도하는 산학협력 풍토가 기술에 강한 이스라엘을 만들었다고 풀이했다.

대학 바로 옆에 기업 연구센터들을 유치,신기술을 기업으로 직접 연결하는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또 "국제적인 R&D 네트워크 구축도 이스라엘의 성장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한ㆍ이스라엘 간 공동 기술개발을 돕는 코릴펀드를 운영하는 것이나,EU(유럽연합)의 R&D 프로젝트인 'FP5'(5th Framework Program)에 비유럽 국가로서 유일하게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라는 설명이다.

카스피 대사의 설명대로 이스라엘에는 혁신기술로 무장한 세계적인 기업이 많다.

USB 메모리를 최초로 개발해 세계적 메모리회사인 샌디스크에 인수된 'M-시스템스'와 음성메일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만든 '콤버스테크놀로지'도 이스라엘 회사다.

카스피 대사는 "이스라엘은 미국 다음으로 벤처기업 창업이 많다"며 "미 나스닥에 상장된 벤처기업이 70개(2007년 기준)로 미국기업 다음으로 많은 게 기술력의 현주소를 말해 준다"고 강조했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IBM 구글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회사들이 이스라엘에 R&D센터를 둘 만큼 우수한 연구인력도 풍부하다.

근로자 1만명당 엔지니어 수가 140명으로 2위인 미국(83명)보다 월등히 많다.

좀처럼 인수합병(M&A)에 나서지 않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13년 만에 처음으로 인수한 회사도 이미지센서 기술에 강점이 있는 이스라엘의 비메모리 반도체회사인 '트랜스칩'이었다.

46년째를 맞은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카스피 대사는 "양국 간 교역규모가 지난해 17억달러로 한국은 자동차와 휴대폰 등 완성품을 수출하고 이스라엘은 소형 카메라 등 부품을 수출하는 '윈윈' 관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이스라엘 기업의 기술력에 관심을 더 가져 줬으면 고맙겠다"며 "오는 9월 한-이스라엘 직항로가 개설되는 등 비즈니스 환경도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