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했을땐 계좌지급정지 신청

#1 직장인 윤모씨(37)는 근무 중에 국민은행이라며 198만원의 롯데카드 대금을 결제하라는 ARS 전화를 받았다.

롯데카드를 발급받은 적이 없는 윤씨는 의아한 마음에 상담원과 연결을 시도했다.

상담원은 개인정보 도용으로 신용카드가 발급된 것 같다며 관계기관에 신고해줄 테니 주민번호와 휴대폰 번호 등을 알려 달라고 했다.

인적사항을 알려준 윤씨는 잠시 뒤 경찰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여러 장의 카드가 발급돼 계속 결제되고 있으니 가까운 은행의 ATM 기기로 가서 보안설정을 하라는 것이었다.

다급해진 윤씨는 휴대폰의 목소리가 보안코드라며 알려주는 대로 ATM 기기를 조작했는데,어떻게 된 일인지 수백만원의 돈이 빠져 나갔다.

#2 주부 박모씨(42)는 고등학생 딸을 납치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는 희미하게 구타하는 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유괴범은 거액의 돈을 송금하라고 협박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박씨는 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이미 꺼져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 당하는 유괴 상황에 당황한 박씨는 급히 은행으로 달려가 범인이 말한 금액을 송금했지만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발신자 번호 제한으로 걸려와 연락을 시도할 수도 없었다.

몇 시간 뒤 무사히 귀가한 딸은 휴대폰으로 욕설 전화가 너무 많이 걸려 와서 전원을 꺼둔 것뿐이라고 말했다.

윤씨와 박씨의 사례는 경찰청과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개인정보침해센터에서 접수한 보이스피싱 피해 사건이다.

보이스피싱은 녹음된 ARS 전화로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ATM 기기 조작을 요구하는 형태의 음성 사기 수법을 말한다.

하지만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은 전화로 개인정보나 ATM 기기 조작을 요구하지 않는다.

국세청 은행 경찰 등을 사칭해 금품을 요구하는 보이스피싱은 3,4월 들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발신자 표시가 없거나 008,030,086 등 생소한 번호의 전화는 안 받는 게 상책이다.

보이스피싱으로 걸려온 전화에서 민원상담으로 바로 연결하면 "검찰에 전화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메시지가 들려 피해자가 더 늘고 있다.

하지만 그럴 땐 전화를 끊고 해당 기관 홈페이지나 114 등에서 대표 민원번호를 확인,직접 전화해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만약 보이스피싱에 속아 계좌이체를 했거나 금전적 피해를 봤을 때는 계좌지급정지 신청을 먼저 한 뒤 검찰청(국번 없이 1379)이나 경찰청(국번 없이 1301)에 신고해야 한다.

계좌지급정지는 금융감독원(국번 없이 1332)이나 일선 은행에서도 가능하다.

또 유출 개인정보가 신규 예금 계좌 개설이나 대출 신청,신용카드 발급 등에 악용되지 않도록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에 등록하는 게 좋다.

일선 금융기관이나 금융감독원에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을 신청하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도움말=이강신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개인정보보호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