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틸팅열차와 지하철용 한강하저터널 공사에 적용한 공법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철도연맹(UIC) 72차 총회 및 세계철도학술대회(WCRR)에 참석한 110개국 철도 최고경영자와 철도 전문가들은 한국 철도 기술의 우수성에 찬사를 보냈다.
200여명에 달하는 각국 전문가들은 22일 충북 오송역에서 틸팅열차를 시승한 데 이어 최신 공법으로 뚫은 한강하저터널을 둘러본 뒤 한국철도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들어왔다고 평가하고 한국 철도가 국제 수출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내다봤다.
한국형 틸팅열차에 오른 이들은 속도와 안전성에 원더풀을 연발했다.
틸팅열차란 쇼트트랙 선수가 곡선부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기 위해 몸을 안쪽으로 기울이는 것처럼 곡선 선로에서 차체를 안쪽으로 기울여 원심력을 극복하는 차량이다.
더욱이 기존의 열차궤도를 이용하더라도 열차를 기존 시속 100∼140㎞에서 최고 200㎞ 수준으로 올려 운행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같은 틸팅열차를 도입하면 고속철로를 별도로 건설하지 않아도 돼 전 세계 철도회사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이탈리아 스웨덴 영국 등과 같은 산악지형인 나라에 틸팅 기술이 발달돼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에 성공했다.
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틸팅열차(TTX)는 최고 속도가 시속 200㎞에 달한다.
전기식 준고속열차로 KTX(시속 300㎞)보다 느리지만 새마을호보다 빠르다.
새마을호는 일반철로에서 최고 시속 150㎞로 운행하고 있지만 곡선구간에서는 탈선을 막기 위해 속도를 50% 감속하고 있다.
하지만 틸팅열차는 감속 없이 달린다.
철도기술연구원은 지난해 4월부터 충북선(오송~음성~오성)에서 틸팅열차를 끊임없이 시험주행하고 있다.
한국형 틸팅차량의 특징은 차체를 탄소섬유 복합소재로 만들어 기존 금속재 열차보다 무게를 40%가량 줄인 점이다.
또 23m에 달하는 철도차량 차체를 이음매 없이 제작해 제작기간도 단축했다.
참석자들은 이 같은 한국형 틸팅차량의 특징에 매료돼 담당자에게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국 터널 기술력이 총합된 한강하저터널도 이번 대회를 빛낸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한국에선 처음으로 광역철도 분당선의 한강하저터널 구간이 최첨단 기계화 터널공법인 쉴드TBM(Shield Tunnel Boring Machine)으로 공사됐다.
분당선 성수역에서 청담역을 연결하는 한강하저터널(846m)은 최대 수심 20m,한강 하저부터 터널까지 깊이 30m로 한강 수면에서 터널까지 깊이가 50m에 달하는 난공사 코스였다.
특히 터널 전 구간이 매우 단단한 암반으로 돼 있어 최첨단 공법이 요구됐다.
박광석 코레일 사장 대행(부사장)은 "한국 철도 100년 역사상 처음 개최되는 UIC 총회와 철도올림픽으로 불리는 WCRR에서 한국의 철도 기술력을 과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철도 강국으로 진입해 향후 국제적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김문권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