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상태다.

끝이 안 보이는 이라크 전쟁에다 경기 둔화까지 겹친 탓이다.

따라서 민심은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보다 민주당쪽으로 기울어 있다.

민주당의 오바마 상원의원이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71)을 겨냥해 '제3기 부시 행정부'라고 비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지만 이에 맞서는 매케인의 저력은 만만치 않다.

오히려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어 사상 초유의 '흑백대결'로 치러질 본선에서 매케인의 승리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매케인은 '컴백 키드(come back kid)'다.

베트남전에서 5년이 넘는 포로 생활을 하다 돌아온 영웅이라는 뜻이다.

이런 별명에 걸맞게 그는 '애국심의 대명사'로 통한다.

이라크 전쟁이 수렁에 빠져 있을 때도 그는 줄곧 이라크 추가 파병을 주장했다.

이란이나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도 초지일관 '원칙적인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는 '꼴통보수'로 비칠 수 있다.

그렇지만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 추락을 걱정하는 보수주의자에게 그는 미국의 자존심을 되살려줄 상징이다.

'애국심'으로 중심을 잡은 매케인은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이후엔 보수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감세의 영구화를 주장하는 등 경제정책은 부시 행정부를 답습하다시피했다.

낙태문제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밝히고 불법체류자 단속에는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공화당 대선후보답게 공화당의 전통적인 가치를 받아들였다.

이런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전통 공화당원들이 잇따라 지지를 선언하면서 그의 지지기반은 한층 공고해졌다.

부시 대통령을 재선시킨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조차 "이제 믿을 만하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매케인은 특히 중도파에도 폭넓은 지지세력을 갖고 있다.

평소 민주당과 공화당을 넘나드는 의정활동으로 인해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중도 무당파로부터 많은 호감을 얻고 있다.

여기에 드러내놓고 얘기하지는 않지만 '흑백대결'이라는 점도 매케인 캠프의 사기를 북돋우는 요인이다.

이미 매케인의 선거참모들은 "힐러리보다 오바마가 편하다"고 말해왔다.

오바마의 기세가 놀랍기는 하지만 오바마는 중산층 이하 백인들의 지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날 실시된 켄터키주 프라이머리 출구조사에서 힐러리 지지자의 41%가 "오바마가 본선에 나올 경우 매케인을 찍겠다"고 응답할 정도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선거전략가였던 딕 모리스는 "인종은 여전히 미국정치의 변수"라며 "'갓댐,아메리카(빌어먹을,미국)'라는 발언으로 오바마를 곤경에 빠뜨렸던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가 본선에서 매케인에게 표를 모아주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인종과 철학 경험 등을 감안하면 매케인이 오바마에게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얘기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