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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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걱정 없이 살고 싶다.’
모름지기 현대인의 가장 핵심적인 소망일 것이다. 정말 그 소원이 이루어져 평생 쓸 돈을 넉넉히 벌었다면 이후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저히 못 살겠습니다. 적당한 사업체 하나 추천해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그 흔한 실직자가 아니다. 현금 30억을 수중에 가진 사람이다. 처음엔 이 분이 실성을 해서 망조가 들었나 싶기도 하고, 배부른 투정이 지나치다 싶기도 했다. 그런데 찬찬히 연유를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
남들처럼 이 분의 젊은 시절 희망도 돈 걱정 없이 사는 것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일했고 작은 사업도 번창했다. 크진 않지만 유산도 물려받게 되었다. 재테크도 성공하여 드디어 중년에 평생 쓰고도 남을 재산을 모았다. 이제 더 이상 아옹다옹 일할 필요가 없었다.
‘더 이상 욕심을 버려야지.’
여유 있게 여생을 즐기리라. 그는 사업체를 모두 정리하고 은퇴 후 살 집만 남기고 재산을 모두 현금으로 바꾸었다. 이자만으로도 살 수 있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바로 그 ‘금융 생활자’가 된 것이다.
꿈꾸던 생활이 시작되었다. 전국 지방 축제란 축제는 다 찾아다녔다. 낚시도 하고 한적한 시간에 골프도 즐기며 마음껏 취미와 레저 생활을 즐겼다. 그렇게 돈 걱정 없는 1년이 흘러갔다.
그러나 1년 뒤 그의 생각은 시작 때와는 180도 달라져있었다. 잠도 못자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밤이 늘기 시작했다. 수면제까지 손을 대게 되었다. 건강까지 해쳐가며 바쁘게 생활했던 그 시절이 그립게 될 줄이야. 폐인이 되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일을 해야겠다.’
막상 일을 하자니 덜컥 겁이 났다. 편한 생활에 길들여져 다시 고생을 하려니 한숨이 나왔고, 무엇보다 사업에 실패하여 모은 돈을 모두 날릴까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30억은 그의 꿈이 아니던가. 그래서 일은 할 수 있으면서도 위험성이 적은 프랜차이즈점을 인수하는 데 나의 의견을 물으러 온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분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안전한 사업체가 아니었다. 꿈에 그리던 ‘돈 걱정 없는 생활’을 이루었으면서도 그 속에서 밀려오는 걷잡을 수 없는 ‘인생의 허무’가 무엇인지 그 정체부터 각성해야했다.
“절망 속에 희망이 있고, 고생 속에 기쁨이 있고, 부족함 속에 성취가 있습니다. 그리고 불행 속에 행복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부족함이 없으니 무슨 기쁨과 행복과 희망이 있겠습니까.”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세요. 인생 전반기엔 사장으로 한 번, 후반기엔 종업원으로 한 번, 이렇게 인생을 이모작하세요. 체면을 버리고 다시 욕심을 내세요. 남들은 한 생도 온전히 살기 힘든데 두 번 씩이나 사시는 겁니다.”
기왕에 다시 초심으로 일을 시작할 바엔 사장이 아니라 남의 집 종업원으로 출발하라고 했다. 사장에서 사장으로 수평 이동한다는 것은 허무를 걷어내기에 눈속임에 불과했다.
게다가 급여가 낮더라도 종업원으로 취업하면 모아놓은 재산을 까먹을 걱정이 없으니 일석이조였다. “그리고 인생 후반기엔 돈 모으는 법보다, 돈 잘 쓰는 법을 터득해보세요.”라고 마무리 지었다. 쓴 만큼 내 돈이지, 쓰지 못할 돈 싸놓아 봐야 결국 일가친척들 분란뿐이 더 일으키겠는가.
‘허무’만큼 큰 번뇌도 없을 것이다. 인간은 부족함, 장애, 유한함이 행복의 근원인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삶이 유한해서, 돈이 모자라서, 일이 잘 안 풀려서 그 때문에 살아가는 맛이 있다. 그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해서 우리 지혜가 싹트고 영혼이 성숙하는 것이다.
마음은 억누르는 게 아니라 잘 쓰는 것이다. 욕심도 영혼 성숙을 위해 더 큰 욕심으로 잘 쓰이면 된다. 어떤 면에서 인간은 더 큰 목표와 성취를 통해 더 큰 부족함을 갈구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부족함 없이 살게 해주세요.’이보다는 ‘부족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하고 기도하시길.(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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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현대인의 가장 핵심적인 소망일 것이다. 정말 그 소원이 이루어져 평생 쓸 돈을 넉넉히 벌었다면 이후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저히 못 살겠습니다. 적당한 사업체 하나 추천해주세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그 흔한 실직자가 아니다. 현금 30억을 수중에 가진 사람이다. 처음엔 이 분이 실성을 해서 망조가 들었나 싶기도 하고, 배부른 투정이 지나치다 싶기도 했다. 그런데 찬찬히 연유를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
남들처럼 이 분의 젊은 시절 희망도 돈 걱정 없이 사는 것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일했고 작은 사업도 번창했다. 크진 않지만 유산도 물려받게 되었다. 재테크도 성공하여 드디어 중년에 평생 쓰고도 남을 재산을 모았다. 이제 더 이상 아옹다옹 일할 필요가 없었다.
‘더 이상 욕심을 버려야지.’
여유 있게 여생을 즐기리라. 그는 사업체를 모두 정리하고 은퇴 후 살 집만 남기고 재산을 모두 현금으로 바꾸었다. 이자만으로도 살 수 있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바로 그 ‘금융 생활자’가 된 것이다.
꿈꾸던 생활이 시작되었다. 전국 지방 축제란 축제는 다 찾아다녔다. 낚시도 하고 한적한 시간에 골프도 즐기며 마음껏 취미와 레저 생활을 즐겼다. 그렇게 돈 걱정 없는 1년이 흘러갔다.
그러나 1년 뒤 그의 생각은 시작 때와는 180도 달라져있었다. 잠도 못자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밤이 늘기 시작했다. 수면제까지 손을 대게 되었다. 건강까지 해쳐가며 바쁘게 생활했던 그 시절이 그립게 될 줄이야. 폐인이 되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일을 해야겠다.’
막상 일을 하자니 덜컥 겁이 났다. 편한 생활에 길들여져 다시 고생을 하려니 한숨이 나왔고, 무엇보다 사업에 실패하여 모은 돈을 모두 날릴까봐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30억은 그의 꿈이 아니던가. 그래서 일은 할 수 있으면서도 위험성이 적은 프랜차이즈점을 인수하는 데 나의 의견을 물으러 온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 분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안전한 사업체가 아니었다. 꿈에 그리던 ‘돈 걱정 없는 생활’을 이루었으면서도 그 속에서 밀려오는 걷잡을 수 없는 ‘인생의 허무’가 무엇인지 그 정체부터 각성해야했다.
“절망 속에 희망이 있고, 고생 속에 기쁨이 있고, 부족함 속에 성취가 있습니다. 그리고 불행 속에 행복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부족함이 없으니 무슨 기쁨과 행복과 희망이 있겠습니까.”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세요. 인생 전반기엔 사장으로 한 번, 후반기엔 종업원으로 한 번, 이렇게 인생을 이모작하세요. 체면을 버리고 다시 욕심을 내세요. 남들은 한 생도 온전히 살기 힘든데 두 번 씩이나 사시는 겁니다.”
기왕에 다시 초심으로 일을 시작할 바엔 사장이 아니라 남의 집 종업원으로 출발하라고 했다. 사장에서 사장으로 수평 이동한다는 것은 허무를 걷어내기에 눈속임에 불과했다.
게다가 급여가 낮더라도 종업원으로 취업하면 모아놓은 재산을 까먹을 걱정이 없으니 일석이조였다. “그리고 인생 후반기엔 돈 모으는 법보다, 돈 잘 쓰는 법을 터득해보세요.”라고 마무리 지었다. 쓴 만큼 내 돈이지, 쓰지 못할 돈 싸놓아 봐야 결국 일가친척들 분란뿐이 더 일으키겠는가.
‘허무’만큼 큰 번뇌도 없을 것이다. 인간은 부족함, 장애, 유한함이 행복의 근원인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삶이 유한해서, 돈이 모자라서, 일이 잘 안 풀려서 그 때문에 살아가는 맛이 있다. 그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해서 우리 지혜가 싹트고 영혼이 성숙하는 것이다.
마음은 억누르는 게 아니라 잘 쓰는 것이다. 욕심도 영혼 성숙을 위해 더 큰 욕심으로 잘 쓰이면 된다. 어떤 면에서 인간은 더 큰 목표와 성취를 통해 더 큰 부족함을 갈구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부족함 없이 살게 해주세요.’이보다는 ‘부족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세요.’하고 기도하시길.(hoo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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