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관료들 … 잘나가는 과장급도 민간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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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관료…비전없고 위상도 예전만 못하고
'공직 생활에 미련없으니 다른 자리 좀 알아봐주오.'
헤드헌팅 시장에 현직 공무원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인력ㆍ조직 감축에다 공무원들의 '문전옥답'으로 여겨졌던 산하 공기업 인사에까지 '민간 전문가 우대' 바람이 불면서 공직생활에 회의를 느낀 공무원들이 많아서다.
헤드헌팅사(社)들에 따르면 행정고시 출신 고참 서기관급(4급) 공무원들의 이력서가 가장 많다.
대(大)부처 대국(局) 대과(課) 시스템의 도입으로 고위 간부 승진 기회가 줄어든 판국에 그나마 '몸값'을 쳐줄 때 옮겨 앉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주요 경제부처의 이른바 '잘 나간다'는 서기관급들이 법무법인(로펌) 회계법인 은행 증권회사 등에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지난해에 비해 급격하게 늘었다"고 전했다.
◆대이동 시작되나
벌써 민간으로 옮겨 앉은 관료들도 상당수다.
김영모 금융위 혁신행정과장(행시 30회)이 지난 15일 사직하고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옮기기로 한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1963년생인 김 전 과장은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미국 변호사로 경제기획원과 재경부의 국제경제과장 등 요직을 거친 대표적인 '엘리트 관료'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에는 서비스분과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부터 금감위 혁신행정과장으로 근무해온 김 과장은 올초 금융위 설립 과정에서 옛 고향인 재정경제부와 금융위,그리고 금융감독원 간 업무 분장을 놓고 고충을 겪었고 금융공기업 CEO 재신임 과정에선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모피아(옛 재무부 재경부 관료들을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선배들을 낙마시키는 어려운 역할을 맡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쟁쟁한 선배들이 맥없이 잘려나가는 것을 보고 공직생활에 회의를 가졌던 것 같다"고 전했다.
농식품부에서도 최근 서기관급 2명이 사표를 썼다.
정부조직개편 이후 과장 자리가 줄어들면서 직급에 걸맞은 보직을 받지 못하자 제 발로 걸어 나간 것.농림부 관계자는 "고시출신 공무원은 '장관'될 꿈 하나로 박봉을 견디고 사는데 최근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라고 전했다.
◆"민간 찍고 돌아오겠다"
과거에도 관료들의 민간 진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기관급에서 이직(移職)을 생각하는 것은 예전에 거의 없던 현상이다.
주로 1급 이상 고위급이 민간으로 옮겨 현직 관료들과의 끈끈한 인연에서 오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승진과 '사후 보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가능성이 줄어든 30~40대 관료들이 '일찌감치 민간에서 경력을 쌓자'는 동기에서 앞다퉈 이력서를 헤드헌팅사에 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관료 배제'와 '민간 우대'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도 '이직 열풍'에 영향을 줬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국장-1급-차관을 거쳐 정식코스로 장관이 되는 것보다 민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되돌아오는 게 더 빠르겠다는 푸념을 하는 이가 많다"며 공직사회의 '허리급'에 퍼져 있는 냉소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신 대표도 "7~9급 공무원 시험에는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만 최상위 엘리트급에서는 공무원이 더 이상 선호 직종이 아닌 것 같다"며 "가장 큰 이유는 관료들의 위상이 많이 줄어들었고 산하 공기업 등을 통해 평생을 보장받기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현석/차기현/성선화 기자 khcha@hankyung.com
헤드헌팅 시장에 현직 공무원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정부조직개편에 따른 인력ㆍ조직 감축에다 공무원들의 '문전옥답'으로 여겨졌던 산하 공기업 인사에까지 '민간 전문가 우대' 바람이 불면서 공직생활에 회의를 느낀 공무원들이 많아서다.
헤드헌팅사(社)들에 따르면 행정고시 출신 고참 서기관급(4급) 공무원들의 이력서가 가장 많다.
대(大)부처 대국(局) 대과(課) 시스템의 도입으로 고위 간부 승진 기회가 줄어든 판국에 그나마 '몸값'을 쳐줄 때 옮겨 앉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주요 경제부처의 이른바 '잘 나간다'는 서기관급들이 법무법인(로펌) 회계법인 은행 증권회사 등에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지난해에 비해 급격하게 늘었다"고 전했다.
◆대이동 시작되나
벌써 민간으로 옮겨 앉은 관료들도 상당수다.
김영모 금융위 혁신행정과장(행시 30회)이 지난 15일 사직하고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옮기기로 한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1963년생인 김 전 과장은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온 미국 변호사로 경제기획원과 재경부의 국제경제과장 등 요직을 거친 대표적인 '엘리트 관료'다.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에는 서비스분과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부터 금감위 혁신행정과장으로 근무해온 김 과장은 올초 금융위 설립 과정에서 옛 고향인 재정경제부와 금융위,그리고 금융감독원 간 업무 분장을 놓고 고충을 겪었고 금융공기업 CEO 재신임 과정에선 박병원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모피아(옛 재무부 재경부 관료들을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선배들을 낙마시키는 어려운 역할을 맡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쟁쟁한 선배들이 맥없이 잘려나가는 것을 보고 공직생활에 회의를 가졌던 것 같다"고 전했다.
농식품부에서도 최근 서기관급 2명이 사표를 썼다.
정부조직개편 이후 과장 자리가 줄어들면서 직급에 걸맞은 보직을 받지 못하자 제 발로 걸어 나간 것.농림부 관계자는 "고시출신 공무원은 '장관'될 꿈 하나로 박봉을 견디고 사는데 최근 여러 가지 상황을 볼 때 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라고 전했다.
◆"민간 찍고 돌아오겠다"
과거에도 관료들의 민간 진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서기관급에서 이직(移職)을 생각하는 것은 예전에 거의 없던 현상이다.
주로 1급 이상 고위급이 민간으로 옮겨 현직 관료들과의 끈끈한 인연에서 오는 영향력을 발휘하는 역할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승진과 '사후 보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가능성이 줄어든 30~40대 관료들이 '일찌감치 민간에서 경력을 쌓자'는 동기에서 앞다퉈 이력서를 헤드헌팅사에 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부 들어 '관료 배제'와 '민간 우대'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도 '이직 열풍'에 영향을 줬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국장-1급-차관을 거쳐 정식코스로 장관이 되는 것보다 민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되돌아오는 게 더 빠르겠다는 푸념을 하는 이가 많다"며 공직사회의 '허리급'에 퍼져 있는 냉소적인 분위기를 전했다.
신 대표도 "7~9급 공무원 시험에는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만 최상위 엘리트급에서는 공무원이 더 이상 선호 직종이 아닌 것 같다"며 "가장 큰 이유는 관료들의 위상이 많이 줄어들었고 산하 공기업 등을 통해 평생을 보장받기도 힘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현석/차기현/성선화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