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냐.'

제44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71)과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46) 간 대결로 사실상 압축됐다.

물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여전히 민주당 후보 경선 완주를 다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오바마가 오는 20일 민주당 경선 승리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하는 등 힐러리의 역전은 힘들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관심은 오는 11월4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로 옮겨가고 있다.

두 사람 간 대결은 백인과 흑인, 백전노장의 경륜과 젊은 정치인의 패기라는 선명한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과연 '베트남전의 영웅'으로 '컴백 키드(Come back Kid)'라 불리는 매케인이 승리할 것인지, '제2의 존 F 케네디'를 꿈꾸며 변화의 전도사로 나선 오바마가 승자가 될 것인지에 대해 벌써부터 예측이 무성하다.

승부처는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경제 분야다.
[Global Issue] 오바마 vs 메케인 … 2008 미국의 선택은



◆장점도,단점도 선명한 두 후보


매케인과 오바마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우선 백인과 흑인이다.

나이도 71세와 46세로 25살이나 차이난다.

나이만큼이나 정치 경험도 다르다.

매케인이 하원의원을 거쳐 상원에서만 4선을 한 백전노장인 반면 오바마는 이제 초선인 신출내기 정치인이다.

경력도 다르기는 마찬가지.

매캐인은 베트남전 포로를 지낸 직업군인 출신이다.

오바마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 일을 했다.

선거전략 포인트도 사뭇 다르다.
[Global Issue] 오바마 vs 메케인 … 2008 미국의 선택은

"먼지보다 오래되고 프랑켄슈타인보다 주름이 많지만 그동안 배운 것은 상당하다"는 매케인은 '원칙과 경륜'을 내세운다.

대외적으로는 철저한 원칙주의를 고수해 미국의 자존심을 곧추세우고,대내적인 문제도 수십년간의 정치 경륜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백인 중산층 및 보수주의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에 맞서는 오바마의 슬로건은 '변화'다.

"부유하든 가난하든,흑인이든 백인이든 우리는 이 나라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준비가 돼 있다.

변화,이것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기존 워싱턴 정치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이제 철저한 변화를 통해 미국이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흑인은 물론 젊은층과 식자층이 열렬히 동조하고 있다.

장점이 명확한 만큼이나 단점도 뚜렷하다.

매케인은 최고령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을 만큼 아무래도 나이가 걸림돌이다.

낙태 에너지 등 대내정책에서 공화당 보수주의자들과 달리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 원조 보수주의자들의 지지를 완전히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오바마는 엘리트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게다가 노동자 히스패닉 등 저소득 계층의 지지를 얻지 못한 채 흑인들로부터만 몰표를 받고 있다는 취약점도 안고 있다.


◆최대 이슈는 경제


경제는 이번 대선 최대의 이슈다.

매케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계승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우선 감세정책 영구화를 주장한다.

중산층의 세금을 내려 일자리를 늘리면 세수는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득세율을 현재 35%에서 25%로 10%포인트 인하하고 부양가족 공제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최근 유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갤론당 18.4센트인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매케인은 무역정책에 관해선 자유무역의 신봉자다.

미국은 최대의 생산국이자 소비국이고,투자국이자 채무국인 만큼 경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세계 경제는 개방돼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Global Issue] 오바마 vs 메케인 … 2008 미국의 선택은
그런 만큼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조속히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금융규제 등 각종 규제를 가능하면 완화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오바마의 경제정책은 매케인과 뚜렷이 대비된다.

소득이 25만달러가 넘는 부유층에 대해선 감세를 철회하고 오히려 세금을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자본이득세도 28%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신 노동계층과 은퇴계층의 세금은 줄여주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매케인이 제안한 한시적 유류세 면제에 대해서는 석유회사만 혜택을 본다며 반대하고 있다.

무역정책도 다르다.

자유무역보다는 미국 산업이나 근로자 보호에 중점을 둔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미국의 일자리가 줄어들 염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융정책에 대해선 모기지증권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대외정책에서도 의견차 뚜렷


대외정책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매케인은 이라크 철군 반대를 외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원칙론자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차관보(현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를 '역적(traitor)'이라고 비난할 정도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2·13 북핵 합의' 등에도 비판적이다.

이에 비해 오바마는 이라크 조기 철군을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강경 대외정책에 부정적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천명하는 등 유연한 대외정책을 강조한다.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당파 중도주의자가 변수


두 사람의 승부는 예측불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가 근소한 차이로 매케인을 앞서 있기는 하다.

'라스무센 리포트'의 조사 결과 지난 15일 현재 오바마는 46%의 지지율로 매케인(45%)을 앞서고 있다.

그렇지만 차이는 오차범위인 1%포인트에 불과하다.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전국 538석의 선거인단 중 270석을 얻어야 한다.

공화당은 남부를 중심으로,민주당은 동부 및 서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강세 지역을 형성하고 있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13∼16곳은 경합 지역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얼마나 득표하느냐가 승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의 주역은 무당파 중도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근 무당파 유권자는 크게 늘고 있다.

뉴햄프셔의 경우 유권자 10명 중 4명이 무당파라고 밝혔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