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행위.정치 희화화는 문제…`황당공약' 막아선 안돼"
"사이버공간 `엽기 문화'가 탄생시킨 코미디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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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7대 대선 당시 기이한 언행과 파격적 공약으로 일약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다가 선거법 위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되며 몰락한 허경영씨.
15일 법원은 결국 허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며 이른바 `허경영 신드롬'을 일단락지었다.

법원은 부시 미국 대통령 초청설, 이병철 삼성 회장의 양자설, 효성그룹과의 인맥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책보좌관 역임설 등 허씨의 주장 대부분을 "근거 없다"고 밝혔다.

허무맹랑한 자기 선전, 실현 가능성 없어 보이는 황당 공약 제시 등 허씨가 그동안 보여온 행동들은 그야말로 `기행'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허씨를 `허본좌'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인터넷 스타로 만들었고 실제 작년 대선에서도 10만 명에 가까운 유권자들이 그를 선택했다.

`허경영 신드롬'으로까지 불린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학자들은 대체로 허씨가 위법 행위를 하고 정치를 희화화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황당 공약'까지 문제시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효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허경영 신드롬'에 대해 "정치적 대중영합주의의 극치를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한국의 유권자들은 뉴타운 개발, 대운하 건설 등 돈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자들을 점점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허씨가 얻은 10만 표도 같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요즘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뻔히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약을 통해) 국민에게 이익 추구를 부추긴다"며 "반대로 10만명의 유권자가 허씨를 선택한 것은 정치권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영진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고 언론들이 기사화하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증폭됐다"며 "허황된 주장에 대해 재미로 표를 줬든 아니든 정치가 희화화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그러나 실현 가능성 없어 보인 허씨의 공약들에 대해서는 "현실적 공약은 사실과 다를 수 밖에 없다.

누구나 자신의 공약을 제시할 수 있으며 공약의 현실성 여부는 국민이 평가하는 것"이라며 "공약을 `허황되다'고 말하는 것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도 "`나눠주겠다'는 허씨의 황당 공약이 상당수 유권자 마음을 자극했던 것 같다"며 "그러나 대선후보의 공약사항이 허황된 것인지 아닌지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허경영 신드롬'을 인터넷 세대의 `엽기' `폐인' 문화와 관련지어 분석했다.

황 교수는 "허경영씨와 같은 인물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이른바 `엽기' `폐인' 코드와 관련이 있다"며 "그가 대선에서 10만 표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바로 네티즌들이 허씨를 코미디화하고 다시 영웅화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즉 과거 상당수 네티즌들이 강도 피의자로 수배 중이던 한 여성에 대해 `얼짱 강도'라고 부르며 "얼굴이 예쁘니까 용서해주자"고 주장했던 사회적 현상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허씨의 엽기적 행동들을 보며 열광하는 사람들을 `디지털 루덴스'(재미를 찾는 사람들)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이들이 허씨를 통해 본 것은 정치 현상이 아니라 바로 `흥미있는 놀이'였다"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허경영 신드롬'과 같은 사회현상은 정치현상과는 거리가 멀다"며 "한국의 정치문화와 유권자 행동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최인영 기자 jslee@yna.co.kr1w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