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월스트리트'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지금 인수.합병(M&A) 전쟁을 앞둔 '폭풍전야'를 맞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 1년도 안 남은 데다 최근 정부가 증권사 8곳의 신규 진입을 허가하며 업황이 급변하고 있어서다.

증권사 수가 54개에서 62개로 늘어나며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M&A를 통한 '합종연횡'이 활기를 띨 수밖에 없다.

새로 증권업에 진출한 회사들은 빠른 외형 확대를 위해,신규 진입에 실패한 곳은 방향 전환을 위해 기존 증권사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CJ 한양 등 중소형사 매물로 거론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웬만한 중소형 증권사는 대부분 매물로 이름이 거론되는 실정이다.

CJ투자 교보 한양 부국 SK증권 등이 특히 자주 언급된다.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매각 작업이 공식화된 CJ투자증권의 행로다.

규모도 큰 데다 수도권은 물론 영남권에도 탄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자회사인 CJ운용이 10조원대의 수탁액을 보유하고 있어 매각 대금이 최저 7000억원에서 최고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열린 CJ투자증권 1차 입찰에는 네덜란드계 금융회사인 ING그룹과 GS그룹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양증권은 고(故) 김연준 한양재단 전 이사장의 가족들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보유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이 인수 주체로 나섰다는 등의 소문이 꼬리를 물면서 최근 한두 달 새 주가도 급등락하고 있다.

또 회사 측이 부인하고 있지만 교보증권도 주기적으로 M&A설이 불거지고 있으며,업계 선두주자인 대우증권도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민영화 과정에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사 인수 주체도 금융회사에서 제조업체로 확대되고 있다.

제조업체 중에서는 롯데 한화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등이 인수 후보로 꼽힌다.

증권사 신설에 실패한 STX그룹도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금융권에서는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동부증권과 국민은행 농협 등이 인수전의 주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 신설이 M&A 활성화 계기

정부는 13개 증권사의 신청 요청을 받고 최근 IBK투자증권 SC제일투자증권 등 8개사에 예비허가를 내줬다.

이들은 본인가를 거쳐 7월께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가격에 대한 큰 입장 차이로 지지부진하던 M&A가 한층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증권사 M&A는 무성한 소문에 비해 성사 사례가 드물었다.

최근 사례로는 국민은행과 현대차그룹이 각각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한누리증권과 신흥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과 'HMC투자증권'을 출범시킨 것 정도다.

하지만 지금부터 본격적인 M&A 시장이 설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이 '특화' 전략을 펼치겠지만 인력과 자본이 부족해 독자 생존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장 점유율 축소와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되면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중소형사 대주주들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금융당국이 신설을 허용하면서 부실 증권사 퇴출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업계 구조조정이 활발히 일어나 M&A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