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포이즌필(poison pillㆍ독약조항) 등 강력한 인수ㆍ합병(M&A) 방어수단을 도입하는 일본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일본 M&A 컨설팅업체인 레코프 자료를 인용,지난 4월 말 현재 경영권 방어책으로 포이즌필을 정관에 명시한 기업이 478개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달 들어서만 닛신오이리오그룹 등 19개사가 포이즌필 도입을 결정했다.

5월 말까지는 500개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8개사 중 한 곳이 경영권 방어책으로 포이즌필을 도입한다는 얘기다.

포이즌필 도입 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외국 대기업에 비해 시가총액이 작은 화학기업이 지난달 말 현재 41개로 가장 많았다.

해외 메이저 기업의 M&A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경영권 방어책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포이즌필을 발동할 때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의 찬반을 묻도록 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기존에는 주총이 아닌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경영권 방어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한 기업들이 많았다.

올 들어 포이즌필을 도입한 기업의 40%는 주총 결의로 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포이즌필 발동 요건을 다소 까다롭게 만들어 무능한 대주주가 개인적 이해관계로 포이즌필을 악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은 일본 기업들의 포이즌필 도입이 '주주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 최대 공적연금인 캘퍼스(캘리포니아주 직원퇴직연금)와 영국 최대 연금운용회사인 하미즈 등 6개사는 일본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관련 입장을 15일께 발표할 계획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


[용어풀이]

◆포이즌필=적대적 M&A 공격을 받는 기업이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값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를 주는 경영권 방어수단이다.

포이즌필이 활용되면 인수 시도자가 M&A 대상 기업의 기존 주주들로부터 주식을 매입할 때 더 많은 비용이 들어 M&A 시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