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3월 베어스턴스에 대한 긴급 자금지원을 결정하기 사흘 전에 JP모건체이스 등 월가 금융회사 및 헤지펀드의 최고경영자(CEO)들과 오찬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3월11일 뉴욕연방준비은행에서 제임스 다이먼 JP모건 CEO와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리처드 풀드 리먼브러더스 CEO,제임스 고만 모건스탠리 사장,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그룹 CEO,존 테인 메릴린치 CEO 등과 오찬을 함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이날 오찬에는 베어스턴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및 매각 결정을 주도한 티머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도 참석했다.

그러나 사흘 뒤 구제 대상이 된 베어스턴스의 앨런 슈워츠 CEO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오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버냉키 의장이 월가 CEO들로부터 당시 신용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시에는 베어스턴스의 유동성 위기설이 월가에 확산되고 있던 터라 베어스턴스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이 집중적으로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오찬회동 몇 시간 전에 모기지담보증권(MBS)을 담보로 국채를 빌려주는 새로운 대출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었다.

또 오찬 3일 후인 14일에는 베어스턴스에 130억달러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5일 후인 16일에는 베어스턴스를 JP모건이 인수토록 설득하고 300억달러의 자금을 빌려주기로 했다.

따라서 11일 오찬에서 월가 CEO들의 발언이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날 오찬에는 시타델투자그룹의 CEO인 케네스 그리핀,아메리칸 익스프레스 CEO인 케네스 체놀트,뒤케인 캐피털의 CEO인 스탠리 드러켄밀러,캑스턴 어소시에이츠 회장인 브루스 코브너 등 헤지펀드 및 신용카드사 대표 등도 참석했다.

한편 버냉키 의장은 베어스턴스 사태와 관련해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 및 그의 경제 자문관인 더글러스 홀츠-이아킨과도 전화 통화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과는 베어스턴스 사태에 대해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