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신설을 신청한 12개 회사 가운데 총 8개사에 대한 예비허가를 허용해 줬다.

결격사유가 없는 대부분 업체가 증권사 신설 허가를 받은 셈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증권사간 인수합병(M&A) 가치를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장기적 경쟁심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권업 육성의지를 밝힌 정부의 이같은 결정이 증권산업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증권시장의 판도변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더기 허가로 증권사 M&A 가치 하락"

13일 금융위원회의 증권사 신설 허용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은 국내 증권사는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이날 분석보고서를 통해 "종합증권사로서는 IBK와 SC제일은행이 신설 예비허가를 받았고, KTB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창투업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다"며 "아울러 위탁 및 자기매매업에는 손복조 전 대우증권사장, LIG손보사가 예비허가를 받음으로써 사실상 결격사유가 없는 대부분 업체가 증권사 신설 허가를 받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무더기 신설허가는 우선 기존 증권사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키움증권은 "증권사 신설에 앞서 하나대투증권, 동양종금증권 등의 수수료 인하 등으로 이미 증권사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하 등을 통해 신설증권사의 신규 진입을 적극 차단하려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증권사는 또 정부의 증권사 신설 허용은 증권업에 대한 M&A 가치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정부의 대규모 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완화 추진으로 재벌의 증권사 신설을 위한 움직임이 확대되면서 증권업의 M&A 가치가 상승하고 있던 상황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는 설명이다.

◆업종내 지각변동 이어질 듯

지난 2002년 BNP파리바 승인 이후 6년 만에 증권시장의 신규진입이 이뤄짐으로써 증권업종내 지각변동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자통법의 시행으로 새로운 상품이 개발되고 가계의 금융자산이 자본시장에 유입되어서 시장의 규모가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시장규모 확대보다는 경쟁심화로 인한 수익성 하락이 선행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위탁매매업의 경우, 이번에 예비인가된 8개사 모두가 영위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증권사의 시장점유율(M/S)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수익원이 다변화되지 못한 증권사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증권시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멘텀은 구조조정 뿐이라고 대신증권은 제시했다. 이 증권사는 "경쟁심화에 따른 수수료 수입 감소는 이미 발생된 현실이며,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화 및 특정분야의 전문증권사 출현만이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수익구조가 다변화되어 있어 위탁매매업에 집중도가 낮은 증권사일수록, 자산관리나 IB와 같은 분야에 특화되어 있을수록 그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잠재력 지닌 대형증권사 비중확대"

일부에서는 투자은행으로의 성장 잠재력을 지닌 대형증권사 위주의 비중확대를 권유하기도 한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자통법 및 정부 규제완화의 본질적인 목적이 증권업 구조개편을 통한 대형 투자은행 육성이라는 점에서 경쟁심화는 투자은행으로의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대형 증권사에게는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자통법 시행령을 통해서 영업용순자본비율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향후 대형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작용할 PI시장으로의 진출이 수월해졌다는 점에서 규모에 따른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증권사는 "중소형사와의 성장 격차는 확대될 것으로 판단돼 투자은행으로의 성장 잠재력을 지닌 대형증권사 위주로 비중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권했다.

증시전문가들은 결국 증권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자본시장 통합법 도입과 같은 법적 지원뿐 아니라 M&A 등 구조개편의 유도 등을 통한 시장 환경의 개선도 핵심적인 요소라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내놨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