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을 인수하면 한국전력은 덤으로 갖는다?"

산업은행 민영화를 추진 중인 정부가 한국전력 토지공사 관광공사 등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15조2000억원(장부가 기준) 규모의 공기업 지분 처리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주사 설립을 통한 산은 매각 전에 이들 공기업 지분에 대한 교통정리가 이뤄져야 산은 인수자가 '공기업 재벌'이 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어서다.

우선 한국전력공사의 경우 뚜렷한 대책없이 산은이 민간에 넘어가면 정부 지분율이 50% 밑으로 떨어져 경영권이 넘어갈 수 있다.

현재 한전의 주주 구성은 산업은행이 29.95%로 최대 주주이고 이어 외국인 28.05%,정부 21.12%,정리금융공사 5.02%,자사주 3.19%,국민연금 2.75%,기타 일반주주 9% 등이다.

따라서 산은 인수자가 외국인이나 일반주주를 규합하면 얼마든지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한국관광공사 등 다른 공기업 지분도 문제다.

경영권에는 변동이 없지만 알짜배기 공기업의 1대 혹은 2대 주주 자리를 특정 민영은행에 '덤'으로 넘겨주는 데 따른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관광공사(43.59%,2대주주), 한국자산관리공사(지분율 26.92%로 2대주주), 한국토지공사(26.66%,2대주주), 중소기업은행(12.53%,2대주주), 대한주택공사(11.6%,2대주주), 한국수자원공사(9.6%,2대주주), 한국감정원(30.6%,2대주주) 등이 대표적인 공기업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산은 소유 공기업 지분을 정부가 되사들이거나 다른 공기업이 인수토록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해법이 없다.

한전 주식 29.95%만 하더라도 시가가 6조2833억원(9일 종가 3만2700원)이 넘는 등 공기업 주식을 모두 사는 데 장부가로만 따져도 15조2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 정도면 정부 재정으로도 감당할 수 없고, 다른 공기업은 엄두를 낼 수 조차 없다.

공기업 지분 대부분이 정부의 현물출자분이었던 점에 착안, 산업은행 유상감자 방식으로 공기업 지분을 정부로 되돌리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에 즉각적인 문제가 생겨 산업은행이 사실상 디폴트(default) 상태에 빠지게 되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산은 민영화 계획을 짜고 있는 금융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공기업 지분을 산은 민영화 후 설립키로 한 한국투자펀드(KIF)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역시 KIF 자본금의 75%가 넘는 돈을 공기업 주식 매입에 동원하는 꼴이어서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KIF의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KIF로 정책금융부문을 이관할 때 공기업 주식 처리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은 1~2주 이내에 발표할 산은 민영화 방안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식/정재형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