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보상노린 '투기 양계장'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서울까지 확산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서울시내에도 닭 오리 등을 키우는 농장이 대거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AI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6~7일 이틀간 서울지역 조류를 전수 조사한 결과,모두 846개소에 1만8647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

그런데 이 중 43%에 해당하는 8175마리(닭 5150마리,오리 3010마리,기타 15마리)가 송파구 문정도시개발사업지구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다.

문정지구엔 법조단지와 미래형 업무단지가 들어설 예정으로 현재는 비닐하우스가 촘촘히 들어서 있다.

이 비닐하우스 안이 닭과 오리로 꽉 차 있는 것.

왜 하필 이곳에 몰려있을까.

송파구는 일부 원주민들이 지역개발에 따른 보상을 노리고 닭 오리 등을 가져다 놓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계획사업을 할 때는 지구 내에서 사육 중인 가축에 대해 축산 보상을 한다.

또 150마리가 넘는 가축을 키울 경우 축산농가로 인정해 영업 보상(상가 입주권)도 추가로 한다.

이런 점을 노린 부동산 브로커들이 일부 원주민들을 부추겨 닭과 오리를 대거 들여왔다는 게 송파구의 분석이다.

구 관계자는"2006년 말부터 닭이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최근 보상 시점을 앞두고 급증했다"고 말했다.

SH공사는 이르면 이달 말 보상계획 공고를 낸 뒤 10월부터 보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원주민과 부동산 브로커들이 뜻을 이루기는 힘들 전망이다.

김주영 SH공사 보상지적1팀 팀장은 "이들은 조류를 사육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가져다 놓은 것"이라며 "양계농이 아닌 것이 확실한 만큼 축산보상과 영업권 보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정지구와 접하고 있는 동남권유통단지(2006년 보상)와 장지지구(2004년 보상)의 경우도 축산 보상과 영업 보상은 없었다.

다만 이사비 명목으로 25만원이 주어진다.

한편 이곳에 있는 닭과 오리는 고립돼 있어서 AI에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또 AI가 발생한 광진구로부터 8.6㎞ 벗어나 있어 살처분 대상(3㎞ 이내)도 되지 않는다.

다만 예방.예찰지구에 해당되는 만큼 송파구는 지난 7일부터 매일 2차례씩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8일 이곳에 있던 조류 12마리에 대해 AI 감염여부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검역의뢰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