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인수전 든든한 후원군

지도층과 친분 돈독 … 선박수주 강점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한화그룹은 '후발주자'다.

주요 인수후보 가운데 뛰어든 시기가 가장 늦었고 포스코나 GS그룹 등에 비해서는 자금력도 달린다.

두산그룹처럼 기업 인수.합병(M&A)에 뚜렷한 강점을 갖고 있지도 않다.

뭘 믿고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걸까.

한화그룹은 "다른 기업들이 흉내낼 수 없는 카드"라며 '그리스와의 돈독한 관계'를 꼽는다.

선박시장의 '큰 손'인 그리스를 제대로 활용하면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전선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논리다.
한화 "선박왕국 그리스 있기에…"
◆"그리스를 믿어달라"


주한 그리스 대사관은 서울 중구 장교동에 있는 한화그룹 본사 27층에 자리잡고 있다.

대부분의 주한 외국대사관이 몰려 있는 한남동과는 동떨어진 곳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와 그리스 간 관계가 얼마나 끈끈한지를 보여주는 징표"라며 "그룹 창업자인 김종희 전 회장과 미초 타키스 전 수상 등 그리스의 대표적인 정치가문이 오랫동안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그리스 땅에서 한화의 영향력은 큰 편이라고 한화는 주장한다.

지난 1992년 그리스 금융당국으로부터 은행영업 허가를 취득,아테네 은행을 사 들인 게 단적인 예라는 설명이다.

김승연 회장은 김종희 창업주에 이어 2대째 주한 그리스 명예 총영사를 맡고 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이처럼 그리스를 앞세우는 이유는 선박시장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조선협회에 따르면 그리스의 2006년 발주물량은 116만CGT(보정총톤수)에 이른다.

선박시장의 '조세피난처'에 해당하는 파나마 등 '편의취적국(便宜取籍國)'을 제외할 경우 단연 세계 1위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선박시장내 그리스의 입김이 센 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국내 조선 '빅3'는 주문이 넘쳐 마진이 많이 남는 선박만 골라 수주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동안 외로웠다"

한화가 그리스와 함께 강조하는 두 번째 카드는 해외자원개발 분야의 시너지 효과다.

한화는 지난해 석유 가스전을 비롯해 우라늄 유연탄 등 국외 광산 지분 매입에 나섰고 올해도 6~7개 광구 개발에 참여할 계획이다.

작년부터는 해외 플랜트 시장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작년 12월과 올 1월 라즈아즈자우르 주베일 등 사우디아라비아 2곳에서 사업을 따냈고 지난 2월에는 사우디에서 5억4000만달러짜리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수주했다.

문제는 자체적으로 플랜트를 만들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그래서 대부분 국내외 다른 업체를 끼고 자원개발에 나서야 한다.

한화 관계자는 "기껏 주문을 따내도 여러 기업이 갈라 먹다보니 남는 게 적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체된 조직에 활기를"

한화그룹은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한 이후 사세가 크게 확장되지 못했다.

자산규모는 2003년 이후 5년 동안 6조원가량 늘어났지만 재계 순위(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는 13위에서 16위로 오히려 세 계단 내려앉았다.

활발한 M&A를 통해 덩치를 불린 금호아시아나 등에 밀렸다.

한화 내부적으로도 인사 적체 등 성장 정체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내세운 그리스라는 카드가 독특하긴 하지만 인수 경쟁자인 포스코 GS 등을 당해내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