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가 두산그룹을 등에 업고 '제2의 창학'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1996년 삼성이 성균관대를 인수,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이후 또 다른 '대학-기업' 간 협력모델이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범훈 중앙대 총장은 8일 서울 중앙대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일자로 두산그룹을 새 재단으로 영입한다는 내용의 공동 협약서를 체결했다"며 "두산그룹은 현 중앙대 재단인 수림재단에 현금 1200억원을 지원하고 재단이사회 운영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중앙대 측은 오는 14일 재단이사회를 열고 두산그룹의 재단이사회 이사 참여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새 학교 이사장과 이사회 구성원 선임 방안은 중앙대와 두산그룹이 결정해 교육과학기술부의 승인을 받은 뒤 발표할 계획이다.

중앙대와 두산 간 협력은 양측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중앙대는 그동안 기존 재단으로부터 지원이 충분치 않아 재정난을 겪어왔고,두산 입장에서는 중앙대 인수를 통해 그룹의 숙원 사업인 병원업 진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중앙대,재정난 극복.공대 강화


중앙대 관계자는 "기존 재단이 충분한 재정을 지원하지 않아 재정난에 허덕여 왔다"며 "2005년 서울 흑석동 중앙대병원,지난해 로스쿨 건물을 지으며 학교 법인과 법인 산하 기업체의 부채 규모가 700억원까지 늘었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두산의 재정 지원에 힘입어 공과대학 분야를 대폭 강화,'동양의 MIT(매사추세츠공대)'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두산그룹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 등과 연계할 경우 공과대학 발전의 시너지도 예상된다는 것이다.

김영탁 공대 학장은 "공대교육은 시설이 중요한데 지금은 건물이 한 동뿐"이라며 "앞으로 대대적인 공간과 시설 확충을 해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총장도 "지금 최우선 과제로 정한 것은 그동안 소외됐던 공대의 발전"이라고 전제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또 다른 사회공헌"


두산그룹은 대외적으로 중앙대 인수를 '사회공헌 방안'의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 규모가 커지며 사회 공헌 방안을 찾던 중 지난 3월 중앙대가 인수 의사를 타진해 와 수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은 앞으로 중앙대 산하 기술연구소와 두산 계열사 간 산학 협동을 활성화하고 사내 임직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최고경영자 및 기능별 교육 과정도 신설할 계획이다.

두산은 또 중앙대 인수를 통해 그동안 그룹 '숙원'이었던 병원사업 진출을 이루는 성과도 얻게 된다.

실제 두산그룹은 1995년부터 외환위기 직전까지 연강문화재단에 10명 안팎의 직원을 두고 경기도에 500~7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신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당시 보건학이나 병원경영학 전공자를 뽑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다른 두산그룹 관계자는 "당시 삼성의료원 설립에 자극받아 병원 설립을 추진했으나 박두병 회장의 4남인 박용현 현 두산건설 회장이 당시 서울대 병원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던 데다 외환위기까지 와서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성선화/이상은/안재석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