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이머징 마켓,이머징 기업의 시대'다.

신용경색으로 선진국 기업들이 주춤하는 사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머징 국가의 대표 업체들이 고속 성장을 배경으로 글로벌 기업 명단에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머징 마켓 블루칩의 등장은 이머징 증시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주목받는 간판 블루칩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러시아 권력은 가즈프롬으로부터 나온다.'

러시아 최대 국영회사인 가즈프롬에 대한 이 같은 평가를 부정할 만한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가즈프롬은 러시아 정치·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2002년 6월부터 이사회 의장 자리를 지키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지난 7일 러시아 제3대 대통령에 취임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가즈프롬은 러시아 경제의 부활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이다.

러시아 천연가스 생산의 90%를 차지하고 있으며,수출 권한도 독점하고 있다.

러시아의 모든 가스회사들은 가즈프롬의 대외 수출회사인 가즈엑스포트를 통해야만 수출이 가능하다.

유럽도 천연가스 소비 중 상당 부분을 이 회사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다.

이 회사의 2006년 매출은 약 99조원,순이익은 약 26조원을 기록했다.

미 포천지의 '2007년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순이익 기준으로 8위다.

일본의 간판 기업인 도요타자동차(16조원)보다 60%나 이익이 많다.

삼성전자(7조9260억원)에 비해서도 3배 이상이다.

2007년 결산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시가총액은 8일 현재 약 349조원에 달한다.

엑슨모빌 페트로차이나 등에 이어 세계 3위다.

주가는 지난 7일 현재 331.6루블(1루블=약 43원)이다.

주당순이익(EPS)은 2005년 8.58루블에서 4월 말 25.70루블로 치솟았다.

주가수익비율(PER)은 같은 기간 22.65배에서 12.32배로 낮아졌다.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진 것이다.

가즈프롬의 수익성은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데다 올 여름 러시아 국회에서 '지하자원법개정안'과 '외국투자제한법'이 처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두 법안이 통과되면 신규 지하자원 개발의 경우 러시아 기업이 지분의 51% 이상을 소유해야 하며,석유 원자력 등 43개 전략산업도 러시아 기업이 주도권을 갖도록 의무화된다.

이에 따라 가즈프롬은 큰 수혜를 입게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엑슨모빌이 단독 개발 중인 사할린Ⅲ 탄광의 경우 수익 일부를 가즈프롬에 넘겨야 한다.

새 정권 출범으로 러시아 증시의 투명성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 상공회의소 회장(전 총리)은 일본 도요게이자이(동양경제·5월3일자)와 인터뷰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기업들의 준법(컴플라이언스)을 중시해 상장사들의 경영 투명성도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