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론(인도양ㆍ남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 저기압)이 미얀마를 강타한 뒤 아시아 식량위기가 가속화하는 징후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6일 외신들에 따르면 사이클론은 곡창지대인 이라와디 삼각주 저지대를 거쳐 수도 양곤까지 미얀마를 초토화해버렸다.

미얀마 국영 라디오 방송은 사망자가 2만2000명을 넘어서고 4만1000여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BBC방송은 가옥 2만여채가 파괴되고 이재민이 9만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아시아 주요 쌀 생산국인 미얀마의 이번 사이클론 피해로 아시아 각국의 식량 부족 사태가 심각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엔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폴 리슬리 대변인은 지난 5일 "전 세계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가운데 이번 사태는 잠재적으로 방글라데시나 스리랑카의 쌀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피해로 다급해진 미얀마 정부는 이번 달 스리랑카에 수출하기로 했던 쌀 5만t의 수출을 보류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쌀 재고량이 얼마나 줄어들지 파악 중"이라며 "정확한 결과가 나온 뒤 쌀 수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미얀마 사이클론 피해로 아시아 쌀 위기가 가속화될 조짐이 보이자 말레이시아 정부는 싱가포르나 태국 상인들이 쌀을 구입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입국하는 것을 단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전체 쌀의 30%를 수입하고 있어 자국 쌀 상황도 여의치 않지만 인접국보다 쌀가격이 낮아 쌀을 구입해가는 일이 자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쌀 최대 수입국인 필리핀은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쌀 가격이 안정될 하반기까지 쌀 수입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시아 쌀가격은 최근 5개월 동안 3배나 뛰어올랐다.

한편 아시아개발은행(ADB)은 5일 보고서에서 "세계 빈곤 인구 3분의 2가 살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최근 식량위기로 빈곤 인구가 다시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ADB 총재는 이날 곡물가 급등으로 아시아인 10억명이 절대 빈곤 위기에 직면한 만큼 즉각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곡물 공급량 감소와 수요 급증,일부 국가의 통상 규제,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 등이 겹쳐 곡물가격 급등이 초래됐다"며 "이에 따라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ADB는 이와 함께 곡물가격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주요 10개국의 내년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4%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