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를 지원하기 위해 은행 등 금융권이 채권 행사를 1년간 유예키로 한 '대주단 자율협약'이 출범 한 달여 만에 지원 대상 업체를 첫 선정했다.

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자율협약 지원 대상 업체인 강원지역 소재 한 중견 건설사가 최근 주채권은행을 통해 채권 행사 유예를 요청,대주단협의회에서 이를 승인했다.

총 채권 금액은 500억원 규모이며 관련 금융기관은 15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금융기관은 신규 자금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1년간 채권 행사를 할 수 없게 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부도 직전 주채권은행의 권유로 신속하게 채권 행사를 유예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건설사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부실화로 인한 금융권의 연쇄 부실화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 건설사 3∼4곳이 추가적인 부도 유예 신청을 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채권 금융기관의 의견을 반영,대주단협의회에서 자율협약 적용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일 출범한 자율협약은 회사채 등급 BBB- 이상인 건설업체를 지원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1년 범위 내에서 1회에 한해 채권 행사가 유예된다.

은행업계에서는 그러나 건설자재 가격 폭등과 미분양 아파트 급증으로 지방 건설경기가 크게 위축돼 있는 만큼 신규 자금의 지원 없는 부도 유예만으로는 해당 건설업체의 회생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개선될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자금력이 취약한 지방건설사가 운영 자금을 자체 조달하면서 회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자율지원 협약이 성공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미분양 사태가 지속되고 원자재난까지 가중되는 경우 건설사들의 여신 축소와 담보 가치 하락이 심화되면서 수익 기반과 신용도가 낮은 지방건설사와 제2금융권부터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PF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려온 저축은행은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건설협회의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아파트 규모가 이미 13만가구를 넘어섰으며 미분양으로 회수되지 못한 분양자금도 40조원을 웃돌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건설사에 대한 금융권 대출은 105조20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은행과 보험권이 각각 69.4%와 27.3%를 차지하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