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난 3일 저녁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 문화제 현장.단상 위에 갑자기 한 연예인이 올라섰다.

J모 탤런트였다.

그는 "그런 소고기를 먹어야 하는 국민들을 생각하면 답답하다"며 "청소년들은 0교시 수업하고 급식으로 광우병 소고기를 먹고 죽어서 한반도 대운하에 뿌려지게 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큰 박수와 함성으로 그에게 화답했다.

#2.이로부터 3일 후.광화문에서 열린 촛불 집회에 참가한 일부 학생들이 동요 '송아지'를 개사해 '송아지 송아지 미친 송아지'로 불렀다.

'너나 먹어라'로 끝나는 과격한 가사에도 불구하고 중·고등학생들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정치적인 구호를 쓰지 않는 조건으로 허락받은 집회였기 때문에 일부 시민들이 이들을 제지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작은 목소리로 킥킥대며 노래를 불렀다.

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연예인이 등장하는 축제형식을 빙자한 정치적 집회 성격을 띤 '데모테인먼트'로 흐르고 있다.

데모테인먼트는 시위를 뜻하는 데몬스트레이션과 연예 이벤트를 뜻하는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다.

중·고등학생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정확치 않은 정보에 현혹돼 친구들과 함께 연예인과 쇼를 보기 위해 집회에 나서고 있다.

광우병 구호만 빼면 연말연시에 등장하는 거리쇼 분위기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참석한 학생들의 숫자는 3분의 1 가량.주말이었던 2,3일에 비하면 학생 수가 줄었지만 여전히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집회의 폭력성이 사라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참가자들이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집회에 참가해 군중심리를 즐기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위자의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지다보니 정확한 사실이나 주장에 대한 논리적 이해가 부족하고 '단순하고 자극적인 메시지'가 확대 재생산되는 바탕이 된다는 것.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효순·미선 촛불집회 때만해도 촛불을 드는 것은 엄숙한 정치적 동원의 의미였는데,2003년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면서부터 촛불집회가 축제,놀이의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예전의 엄숙한 노동운동 위주의 시위 문화가 '즐기자'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참가자들의 주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상철 성균관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는 "정치적 가치를 갖고 있는 집회와 가치와 별개로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축제는 서로 다른데 청소년들이 이를 혼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좋아하는 연예인을 지키기 위해서 집회에 참가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발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집회에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하는 중·고등학생들에 대해서는 설득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상민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비합리적인 근거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근거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이들에게 과학적으로 해명한다 해도 변명으로밖에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우병을 빌미로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거리 밖에 뛰쳐나온 심리적,사회적 요인을 통합적으로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같은 시위를 기획하는 측에서도 데모테인먼트를 교묘하게 이용,선동과 과장에 약한 청소년의 동원력을 높이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