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기선제압ㆍ국가신뢰도 하락 우려..시민단체 반발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대해 개최 이틀 만에 불법으로 규정하고 주동자들을 사법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찰이 이처럼 신속하게 강경한 태도를 취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일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사실상 불법집회라고 보고 집회를 주도한 시민단체와 인터넷 카페 대표 등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해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은 또 주최측이 사전에 집회신고를 하더라도 집회의 성격과 내용을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집시법에 따라 일몰 이후의 집회는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할 예정이다.

집시법 10조는 '누구든지 일출시간 전, 일몰시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된다.

다만 집회 성격상 부득이 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하는 경우에는 관할 경찰서장이 질서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2년 말 열린 `효순이ㆍ미선이 촛불집회'의 경우 불법 집회로 규정하는데 3개월이 걸렸고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집회'는 개최 일주일 후에 단속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경찰이 이번 집회를 이틀 만에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경찰이 이처럼 서둘러 촛불집회 진압 입장을 천명하고 나선데에는 전국적인 규모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의 기세를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민단체와 인터넷 카페 회원 대표들은 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모여 범국민 단체를 조직한 뒤 향후 집회 계획을 논의하고 같은 날 오후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 3차 촛불집회를 열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을 확산시켜 나갈 예정이다.

특히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이슈를 넘어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 운동'까지 벌이며 현 정부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경찰의 조기 단속 배경에는 국가 간 약속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허용 결정을 번복할 경우 국가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수년 동안 우리 정부에 쇠고기 수입을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이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부터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여론에 밀려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을 뒤집는다면 한미 관계는 물론 우리나라의 국제 신뢰도에까지 적지않은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정부가 경찰을 통해 `여론 잠재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미FTA저지 범국운동본부 김진일 선전홍보팀 관계자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촛불집회 등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문화제"라며 "시민들이 자신의 먹거리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인 만큼 이를 강제적으로 막으려 한다면 더 큰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책반대 시민연대 박지원 대표도 "누구를 위한 경찰이고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라며 "경찰이 촛불 문화제를 불법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국민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통제하고 목소리를 틀어막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