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만 해도 유통주의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치솟는 고유가와 원자재 부담에다 내수 경기 위축이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분기 실적의 뚜껑을 열어보니 대형 유통업체들은 불황이란 말이 무색할만큼 탄탄한 성적을 보였다.

신세계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2% 늘어난 1991억원을 기록했으며, 롯데쇼핑은 이보다 많은 2025억원으로 11.8%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439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영업이익이 16.4% 늘었다.

주가도 실적을 외면하지 않았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 한달동안 22%나 올랐으며 현대백화점도 11% 가량 상승세를 탔다. 신세계도 4% 가량 주가가 올랐다.

유통업체들의 호실적은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할인점에서 생필품 위주로 수요가 꾸준하고, 백화점의 경우 명품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환율 상승으로 줄어든 해외 소비가 국내로 돌아온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상화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가격이 올랐지만 구매 건수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좋은 실적을 거뒀다"며 "지난해 국내 백화점 전체 매출액을 넘어설만큼 폭증했던 해외 소비가 환율 상승으로 인해 다시 국내 소비로 일부 돌아온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할인점의 PL(자체 브랜드) 상품 매출 확대도 긍정적이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4분기 11% 수준이던 PL 판매 비중이 지난 1분기 14%까지 늘어나며 올해 목표치 13%를 이미 뛰어넘었다.

물가가 오르면서 PL 상품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며, 이는 이익률 개선으로 직결된다. 이마트는 PL 매출이 1% 늘어나면 영업이익률이 0.2% 개선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의 호실적이 앞으로도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박종렬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낸 경기선행지수를 감안할 때 2분기부터 한국 경제가 내리막길로 접어들 우려가 높다"며 "물가 상승으로 저소득층의 소비 붕괴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한상화 애널리스트도 "아직까지는 물가 인상에도 유통업체 수요가 줄지 않았지만 계속 물가가 오른다면 결국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물가 관리에 나선다고 하지만 최근까지 계속 오르고 있고, 임대료 등 다른 부문도 함께 상승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유통주의 향후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한편 2일 오후 2시 9분 현재 신세계가 0.46% 올랐으나, 롯데쇼핑과 현대백화점은 각각 0.82%, 5.19%씩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 h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