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아네트도 탐낸 최고 수공품

세계 5대 시계 가운데 하나로 23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위스 시계 '브레게(Breguet)'. 인간이 수공으로 만든 가장 정밀한 시계로 꼽힌다.

설립자인 스위스 출신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1747~1823년)는 고급 시계의 표준을 이룩한 '타임피스의 아버지'라고 불리며,일생 동안 시계 기술 혁신을 선도했다.

그는 사람들이 시계를 고급 장신구의 개념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장치로 인식하게 하는 업적을 남겼다.

기계식 시계 장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오차를 분석하고,이를 최소화하려는 연구가 그의 시계에 집약돼 있다.

브레게는 28세가 되던 1775년 프랑스 파리에 시계공방을 열고 '퍼페추얼 시계'를 처음 선보였다.

예술적 영감에 기술적 경이로움까지 더해진 그의 시계는 루이 16세,마리 앙투아네트 등 왕족들이 주고객이었다.

극도의 정밀함을 자랑하는 수제 무브먼트(시계 엔진) '투르비용',반사되는 빛의 영향을 고려해 숙련된 기술자가 다이얼에 섬세하게 새긴 '길로셰' 문양,화염으로 발색한 청색의 시곗바늘 등이 최고급 수제 시계 '브레게'의 특징이다.

브레게 시계에는 처음 생산된 제품부터 지금 제품까지 고유번호가 새겨져 있다.

이것이 바로 최저 1000만원에서 3억원까지 호가하는 브레게 제품의 진위를 확인해주는 코드다.

브레게 아틀리에의 장인들은 최신 광학기계와 측정기기들을 이용하지만 숙련된 장인의 손길로만 구현할 수 있는 전통적 방법으로 제품을 만들어낸다.

브랜드 고유 가치는 보존하면서 기술적 혁신을 선도하는 '과거와 현재의 조화'가 브레게의 명성을 높여준 비결이다.

1783년 브레게는 앙투아네트의 추종자로부터 왕비에게 선물하기 위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도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주문 받은 때로부터 44년 이후인 1827년,최고의 작품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왕비는 손목에 차보지도 못한 채 1817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브레게를 소유하고 있는 스와치그룹은 전설 속의 이 작품을 3년반의 프로젝트 끝에 완벽하게 복원시켜 4월 초 스위스 바젤 박람회에서 선보였다.

브레게 컬렉션은 △클래식 △마린 △헤리티지 △레인 드 네이플 △타입 투웬티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나폴리의 왕비 카롤린 뮤라의 손목시계에서 영감을 얻어 2002년 탄생한 '레인 드 네이플'은 여성의 풍부한 감성과 브레게만의 기술이 담긴 역작으로 꼽힌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쿼츠 방식'의 보통 시계와는 가치를 비교할 수 없는 수제 시계를 고집스럽게 지켜온 브레게의 전통은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