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아시아 신흥국들의 고성장 추세가 고급 인력 부족으로 위협받고 있다.

급속한 성장과 소득 향상에 힘입어 경영인 회계사 변호사 의사 엔지니어 조종사 등 전문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교육 시스템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인재난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아시아의 인재 위기(Asia's Skills Crisis)'란 보고서를 통해 "인재난이 취약한 인프라처럼 '주식회사 아시아'의 성장을 지체시킬 수 있는 힘겨운 과제가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고급 인력 부족으로 몸살

중국민항총국은 지난달 18일 동방항공의 2개 항공노선을 취소하고 150만위안(약 2억1000만원)의 벌금 처분을 내렸다.

지난달 1일 동방항공 조종사 11명이 임금에 불만을 품고 1000여명의 승객을 태운 항공기들을 회항시킨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3월 중순 상하이항공과 둥싱항공의 조종사 각각 40명과 11명은 집단병가를 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는 아시아 항공업계의 조종사 인력난을 보여준다고 국영 CCTV가 최근 보도했다.

중국 조종사들의 월 평균 급여는 대졸 초임의 10배 이상인 3만5000위안(490만원)이지만 신생 항공사들이 두 배 이상을 주겠다며 스카우트하는 통에 기존 항공업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게다가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에어버스에 따르면 2020년까지 중국에 추가로 필요한 여객기는 2800여대에 이른다.

하지만 중국에는 50년 전에 생긴 중국민용항공비행학원 한 곳에서만 조종사를 양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항공사는 외국인 조종사를 채용하고 있지만 태부족인 상태다.

중국에는 현재 여객기가 1200여기에 이르고 조종사는 1만4000여명에 달한다.

기업 경영자급 인력 부족은 아시아 소재 기업들의 최대 고민으로 떠올랐다.

중국에 있는 미국 상공회의소가 현지 진출한 324개 미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7%가 규제,관료주의,불법 복제 문제보다 고급 인력 확보난을 최대 경영 장애물로 꼽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조사업체인 EIU가 지난해 아시아 기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중국과 동남아에 있는 기업들은 경영 인재 부족을 가장 많이 우려했다.

임금 상승과 인재 이직도 주요 고민거리로 꼽혔다.

금융 인재 부족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특히 2006년 말 은행업이 완전 개방된 중국에선 외국 은행들이 본격 확장에 나서면서 중국 은행들에 인재 단속 비상이 걸려 있다.

인도에선 정보기술(IT) 인력난이 불거지고 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인도에서 2010년까지 IT와 아웃소싱 산업에서 50만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며 "인도의 이 분야 세계 시장점유율이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밖에 태국과 말레이시아도 기술과 서비스분야 고급인력 부족으로 산업구조고도화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ADB는 지적했다.

◆낙후된 교육 시스템이 문제

아시아의 인재난을 부추기는 요인으로는 낙후된 교육 시스템이 꼽힌다.

맥킨지에 따르면 중국의 대졸자는 연간 310만명으로 미국(130만명)의 두 배를 크게 웃돌지만 다국적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재는 졸업생의 10%도 안 된다.

이는 외국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을 꿈꾸는 중국 기업에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미 경영컨설팅업체인 헤이그룹은 "중국 인도 베트남 등지에서 경영자급 인력의 임금이 급격히 오르는 임금 버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 인재난으로 IT 엔지니어 등 전문인력 급여가 5년 내 서구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파이낸셜타임스)도 나온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