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퇴진 후 삼성 사장단 첫 집결..."낡은 관행 남아 있다면 정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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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관행 남아 있다면 정리하겠다"
삼성 전략기획실 및 계열사 사장단 25명은 30일 오전 서울 태평로 본관 28층에서 '수요 사장단회의'를 열고 최근 경영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일명 '수요회'로 불리는 이 회의에는 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기태 부회장,박종우 디지털미디어총괄 사장,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등이 참석했다.
특검수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로 한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과 황태선 삼성화재 사장도 참석했다.
이건희 회장 퇴진으로 대외적으로 삼성을 대표하게 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삼성 안팎에서는 쇄신안 발표 이후 첫 그룹 사장단 모임이란 점에서 향후 그룹 경영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삼성 측은 쇄신안 이후 경영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전 8시부터 한 시간가량 진행된 회의는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이 '급격한 위안화 절상의 원인과 전망'을 설명하고,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이 '통신기기의 미래 발전방향'을 발표한 뒤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것.종전 회의와 마찬가지로 윤종용 부회장이 주재했다.
매번 회의 때마다 그룹 현안을 설명했던 이학수 부회장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쇄신안 발표 때 언급했듯이 향후 그룹의 최고협의기구가 될 '사장단 협의회'는 7월1일부터 공식적인 활동에 들어간다"며 "6월 말까지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외부 강사를 초빙해 교양강의를 듣거나 국내외 경제동향에 대한 설명을 듣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이 6월 말까지 쇄신안에 대한 후속대책을 잇따라 내놓을 예정인 만큼 향후 수요 사장단 회의의 역할이 격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7월부터 '사장단 협의회'가 운영될 예정이지만,당장 그룹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마땅한 협의체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전략기획실 해체방침이 정해진 만큼 향후 두 달간 수요 사장단회의가 사실상 그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삼성 일각에서는 수요 사장단회의의 성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각사 전문경영인 체제를 5월부터 본격 가동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와 관련,앞으로 전자 계열사의 좌장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5월 월례사를 통해 "과거의 낡은 관행과 잘못된 부분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이를 철저히 정리하고 바로잡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수개월간 답답하고 힘든 상황에서 묵묵히 본분을 다해 준 임직원의 노고에 감사한다"며 "경영진들이 빠른 시일 내에 경영을 정상화시키고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도경영과 준법경영을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쇄신안 발표에 따른 계열사 사장단 인사는 이르면 5월15일,늦어도 30일 이전까지 마무리될 것"이라며 "인사 폭은 1~2명을 교체하는 선에서 최소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원 정기인사는 예년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매년 400명 규모의 임원인사를 실시해왔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