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동산시장 '입질 모드'로
'위기는 기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아직 냉기가 흐르는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 서서히 입질이 늘고 있다.

일부 금융회사와 사모펀드,거부들이 부동산 경기침체를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삼아 발빨리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남들이 공포에 빠질 때 탐욕을 느껴야 한다"(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는 '역발상 투자전략'의 실천이다.

28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은 인도 부동산 프로젝트 매니지먼트회사인 시너지부동산개발서비스(SPDS)의 지분 일부를 1800만달러에 사들였다.

투힌 파리크 블랙스톤 인도법인 상무는 "인도는 땅이나 자본은 넘쳐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를 관리할 고급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블랙스톤은 인도 법인을 지렛대로 삼아 인도 현지 부동산 투자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블랙스톤은 이와 함께 유럽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도 출범시켰다.

앞서 블랙스톤은 지난달 109억달러 규모의 부동산 투자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글로벌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많다는 게 블랙스톤 측의 설명이다.

한국 외환은행의 최대주주로 잘 알려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 역시 오피스빌딩 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과 주택에 투자할 1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만들고 있다.

투자은행 메릴린치와 크레디리요네(CLSA)도 각각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를 설립했다.

메릴린치는 인도 호주 일본 등의 부동산에 25억~30억달러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다.

CLSA는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에 집중하는 10억달러 규모의 범아시아 자산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 대열에는 한국 연기금과 운용사도 뛰어들 태세다.

국민연금기금은 투자 다변화와 수익률 제고를 위해 올해 해외 부동산에 대한 신규 투자를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개인 거부들의 개별적인 투자도 꿈틀거리고 있다.

홍콩 문회보에 따르면 최근 중국 부자들 사이에선 미국 부동산 시찰단까지 등장했다.

개인 큰손들은 주로 뉴욕 등 주요 국제 대도시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주택 가격이 떨어진 데다 달러 가치도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투자에 좋은 환경이라는 판단이다.

뉴욕의 한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아시아와 유럽,캐나다 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이 심심치 않게 이어지고 있다"며 "소호 등 부촌을 중심으로 한 고급 콘도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무풍지대"라고 들려줬다.

위스콘신대 프랑수아 오탈로마뉴 부동산경제학 부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뉴욕 주택 시장을 현지 주거용이라기보다 명품적 취향을 만족시켜 주는 곳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애미 올랜도 같은 휴양 도시로 유명한 플로리다주도 외국인 투자가 몰리는 곳이다.

하지만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말라'는 투자 격언을 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시점에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성완/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