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뛰어넘는 투자.채용규모 앞당겨 확정

삼성그룹이 23일 신규 투자와 채용규모를 확정,본격적인 경영 정상화 드라이브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당초 신규 투자와 채용규모는 빨라야 다음 달 중순께 발표될 것으로 예측됐지만 삼성은 그 시기를 최대한 앞당겼다.

작년 11월부터 무려 6개월간 지속된 경영차질을 서둘러 극복하지 않을 경우 자칫 회복 불능의 상태까지 이를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22일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전략기획실을 해체하는 등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경영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투자.채용 결정을 앞당긴 이유로 보인다.

◆취약해진 경쟁력 조기 회복

삼성은 이날 27조~28조원을 투자하고 대졸 신입사원 7700~7800명을 뽑기로 확정했다. 투자와 채용규모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당초 삼성 안팎에서는 신규투자는 25조원,대졸 신입사원 채용규모는 7000명 정도로 예상했었다.

각 계열사의 경영계획을 짜야 할 상반기의 대부분을 특검수사에 얽매여 있었다는 점에서 투자대상과 투자여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었다.

삼성이 이처럼 투자규모와 채용규모를 확정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먼저 사상 최대의 신규투자에 나선 것은 특검 수사로 차질을 빚은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조기에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는 지난 6개월간 반도체와 LCD,TV 등 주력사업들에서 경쟁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아왔다.

반도체의 경우 일본 엘피다메모리 등이 공정기술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는 기술력을 갖추게 됐고,LCD패널 사업도 샤프와 LG디스플레이 등으로부터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은 이에 따라 27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 같은 경쟁업체의 추격을 따돌린다는 계획이다.

채용규모를 예상보다 늘린 것은 새 정부의 경제살리기 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측면도 감안됐다.

그동안 경제계는 특검수사가 끝나더라도 삼성이 투자규모를 늘리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삼성이 채용규모를 줄일 경우 정부와 재계의 경제살리기 전략은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삼성이 예상을 뛰어넘는 채용을 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점을 충분히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임직원 인사도 앞당긴다


삼성은 순차적으로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먼저 임직원 인사를 앞당길 계획이다.

당초 5월 초로 예정됐던 부장급 이하 직원들에 대한 승진인사를 이달 30일로 앞당겨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3월 초에 해왔던 직원 승진인사가 한 달가량 지연되면서 조직 내 동요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직원 인사에 이어 5월 중순께에는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할 방침이다.

삼성은 해외 거래처 관리와 올림픽 마케팅 등의 경영 차질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착수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24일 윤종용 부회장 주재로 국내외 총괄 사장들이 참석하는 전사 경영회의를 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각사 최고 경영자들의 출장도 잦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윤종용 부회장은 연초 동남아시아 인도 터키를 둘러본 데 이어 지난 16일 유럽을 방문,현지 거래처들과 면담을 갖고 마케팅 전략 등을 점검한 뒤 23일 귀국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