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만1488건.2007년 정보통신윤리위원회(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접수한 사이버 폭력 건수다.

2006년에 비해 47% 증가했고 접수를 받기 시작한 1999년보다 3.5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사이버 폭력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소송을 걸어봤자 몇 십만 원의 벌금을 물리는 것조차 하늘의 별따기다.

상습적인 악성 리플러들은 '범죄'를 저지른 뒤에도 아이디를 바꾸거나 활동 무대를 변경해 또 다른 피해를 낳고 있다.

사이버 폭력에 관한 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다.

악플(악성 댓글)이란 말 자체가 한국에서 처음 만들어졌을 정도다.

국내 포털 사이트들이 "악성 댓글 등에 대응할 시스템을 개발할 때 참고할 만한 해외 사례가 독일 정도밖에 없었다"는 점은 사이버 폭력이 매우 한국적인 현상임을 방증한다.

지난 16일 도쿄에서 만난 NHN재팬 관계자는 "일본에선 익명이 허용되는 사이트 '2채널'을 제외하면 야후재팬 등 포털 사이트에서 악성 댓글,이지메(왕따) 등이 거의 없다"며 "인터넷을 도시에 비유하면 '2채널' 같은 슬럼가를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일종의 화장실처럼 활용하고 나머지 마을의 질서는 확실하게 지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버 폭력이 수그러들지 않는 까닭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해자들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악플러의 공격으로 심각한 정신상의 피해가 발생했다 치자.이에 대해 포털 사이트에 관리 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실제 가해자들인 다수의 '악플러'들은 웬만해선 처벌받지 않는다.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사이버 폭력에 대한 수많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다음커뮤니케이션,SK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포털 상위 3사가 아이디 삭제(다른 포털로 옮기면 이 조치도 무력화된다)라는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한 사례는 지난해 10건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독일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명예훼손을 비롯해 사이버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포털 사이트가 악성 댓글 삭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독일은 법적으로 처벌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권고 사항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인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청소년들이 유해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지난달 휴대폰에 필터링 기능을 탑재하도록 의무화했다.

법적인 미비점을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네티즌 문화를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최휘영 NHN 사장은 "악플러들 대다수가 10대"라며 "하드웨어 중심의 정보기술(IT) 교육만이 아니라 초ㆍ중ㆍ고등학교 정규 과정에 온라인 에티켓 교육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부에선 국내 포털 사이트들의 '전매특허'인 실시간 검색 순위가 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네티즌들은 특정 단어가 실시간 검색 순위에 랭크되는 순간 호기심이 발동해 벌떼처럼 달려들어 댓글을 단다.

클릭 숫자가 광고 수입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포털 측도 눈에 잘 띄는 곳에 이 배너를 달아놓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시간 검색 순위' 코너는 특정 이슈에 대한 쏠림 현상이 강한 국내 네티즌 문화를 반영한 것이긴 하지만 이런 쏠림 현상을 조장하는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포털 사이트에 실시간 검색 순위가 있는 곳은 한국뿐"이라며 "구글,야후는 물론이고 일본에도 이런 기능은 없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