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조상래 코스모투자자전문 전무 "'주식 초짜'의 행운이 더 걱정스러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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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는 없지만 무엇을 해도 처음할 때 운이 따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장 흔한 예가 도박이다.
고스톱도 왕초보가 판을 싹쓸이하고,블랙잭도 처음 배운 날에 잘 된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모르고 뛰어든 초보 투자자가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경우가 있다.
초보자로선 뜻하지 않은 횡재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조상래 코스모투자자문 전무는 초보 주식투자자가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을 '재앙'이란 말로 표현한다.
고스톱과 달리 주식시장에는 '함정'이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주식 투자해서 돈을 번 건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소문이나 기술적 분석에 의존해 돈을 벌면 좋지않은 습관만 생기게 되죠.그래서 나중에 더 큰 손해를 보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분석하고 연구해서 주식으로 돈을 번 게 아니면 재앙만 불러오죠.펀드매니저도 입사 초기에 너무 성과를 잘 내면 나중에 성장할 때 부담이 됩니다."
조 전무는 국내 최대 투자자문사인 코스모투자자문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1989년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로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후 1991년부터 장기신용은행과 국은투신운용에서 10년여간 펀드매니저로 일하다 2000년 코스모투자자문에 합류했다.
코스모투자자문의 운용자산은 3조원으로 웬만한 자산운용사 못지않다.
특히 수익률은 자산운용사들을 압도한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32.25% 오를 동안 코스모투자자문의 주식형 액티브펀드 수익률은 기관형 49.6%,개인형 80.32%에 달했다.
이런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조 전무는 일반투자자들에게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나서는 것을 싫어해 언론과의 인터뷰도 꺼린다.
조 전무는 종목과 섹터(업종)에 대한 연구·분석을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주로 컴퓨터 프로그램과 수학 모델을 이용한 퀀트 분석을 애용한다.
주식시장에 미칠 수 있는 변수를 추출하고 PER ROE 등 각종 지표의 추이를 토대로 한 섹터별 분석으로 매매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는 "주식시장에 미칠 수 있는 여러 변수를 추출해서 업황을 전망하고 관련 기업의 탐방을 토대로 유망 종목을 골라낸다"며 "코스모투자자문의 펀드매니저는 일반 펀드매니저라기보다는 섹터애널리스트에 가깝다"고 말한다.
실제 코스모투자자문의 운용역 15명은 연간 1000번 넘게 기업 탐방을 나간다.
그의 투자스타일은 가치주나 성장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 탐방과 실적 분석을 토대로 고객 유형에 맞게 다양한 매매 전략을 구사한다.
조 전무는 "가치주나 성장주 둘 중 하나만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고도 괴로운 일"이라며 "싼 주식을 사서 묻어두는 '가치투자자'는 엄청난 인내력을 필요로 하고,시장을 주도할 성장주를 찾는 '성장투자자'는 통찰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조 전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스타일을 적절히 조합하는 '절충주의자'로 정석(正石) 투자가에 가깝다.
그는 분석과 연구를 통해 '성장하는 주식을 싸게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실천한다.
올해 유망 섹터를 묻자 그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섹터별 이익 전망치가 빼곡히 담긴 숫자를 제시하면서 올해 기업 이익은 어느 때보다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무는 "기업 실적 전망이 좋았다가 갈수록 하향 조정이 된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전망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18.9% 성장할 것이란 추정치가 믿을 만하다"며 이익 증가율이 높은 IT(정보기술) 금융 철강 자동차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올해 기업 이익증가분의 절반가량이 IT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주는 성장성은 없지만 주가가 많이 빠져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분기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추세를 보라고 조언했다.
추세를 읽기 위해 그는 매주 분석을 업데이트하고 포트폴리오 조정을 논의한다.
똑같이 실적이 악화돼도 기업가치 훼손으로 판단되면 주식을 팔고,성장 잠재력을 위한 일시적 현상이라면 투자를 늘린다.
시장에 대해서도 올 들어 조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의 신용위기 속에서도 한국증시가 크게 악화되고 있지 않은 것은 세계경제의 축이 이머징마켓으로 그만큼 많이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상황이 안정되면 유동성이 다시 이머징마켓으로 흘러들어와 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투자 고수로 유명한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대표가 조 전무를 '운용에 있어선 국내 최고'라면서 엄지를 번쩍 치켜들지만 그는 손사래를 친다.
"지난 15년여간 매니저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지만 시황을 맞춘 건 별로 없어요.
절반이나 맞췄을까.
종목 분석을 열심히 해서 확신을 가졌는데 실패한 경우도 적지 않았죠.지나친 확신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합니다.
손절매에 약한 개인투자자들이 굳이 직접투자한다면 연구하고 분석해서 업종이 다른 대형주 5종목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조 전무는 아무리 운용 노하우가 쌓여도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믿을 건 첫째도 '실력', 둘째도 '실력'밖에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가장 흔한 예가 도박이다.
고스톱도 왕초보가 판을 싹쓸이하고,블랙잭도 처음 배운 날에 잘 된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모르고 뛰어든 초보 투자자가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경우가 있다.
초보자로선 뜻하지 않은 횡재를 맞은 셈이다.
그러나 조상래 코스모투자자문 전무는 초보 주식투자자가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을 '재앙'이란 말로 표현한다.
고스톱과 달리 주식시장에는 '함정'이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주식 투자해서 돈을 번 건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소문이나 기술적 분석에 의존해 돈을 벌면 좋지않은 습관만 생기게 되죠.그래서 나중에 더 큰 손해를 보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분석하고 연구해서 주식으로 돈을 번 게 아니면 재앙만 불러오죠.펀드매니저도 입사 초기에 너무 성과를 잘 내면 나중에 성장할 때 부담이 됩니다."
조 전무는 국내 최대 투자자문사인 코스모투자자문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1989년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로 주식시장에 발을 들인 후 1991년부터 장기신용은행과 국은투신운용에서 10년여간 펀드매니저로 일하다 2000년 코스모투자자문에 합류했다.
코스모투자자문의 운용자산은 3조원으로 웬만한 자산운용사 못지않다.
특히 수익률은 자산운용사들을 압도한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32.25% 오를 동안 코스모투자자문의 주식형 액티브펀드 수익률은 기관형 49.6%,개인형 80.32%에 달했다.
이런 성과를 이끌어냈지만 조 전무는 일반투자자들에게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나서는 것을 싫어해 언론과의 인터뷰도 꺼린다.
조 전무는 종목과 섹터(업종)에 대한 연구·분석을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주로 컴퓨터 프로그램과 수학 모델을 이용한 퀀트 분석을 애용한다.
주식시장에 미칠 수 있는 변수를 추출하고 PER ROE 등 각종 지표의 추이를 토대로 한 섹터별 분석으로 매매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는 "주식시장에 미칠 수 있는 여러 변수를 추출해서 업황을 전망하고 관련 기업의 탐방을 토대로 유망 종목을 골라낸다"며 "코스모투자자문의 펀드매니저는 일반 펀드매니저라기보다는 섹터애널리스트에 가깝다"고 말한다.
실제 코스모투자자문의 운용역 15명은 연간 1000번 넘게 기업 탐방을 나간다.
그의 투자스타일은 가치주나 성장주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업 탐방과 실적 분석을 토대로 고객 유형에 맞게 다양한 매매 전략을 구사한다.
조 전무는 "가치주나 성장주 둘 중 하나만 매달리는 것은 위험하고도 괴로운 일"이라며 "싼 주식을 사서 묻어두는 '가치투자자'는 엄청난 인내력을 필요로 하고,시장을 주도할 성장주를 찾는 '성장투자자'는 통찰력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조 전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스타일을 적절히 조합하는 '절충주의자'로 정석(正石) 투자가에 가깝다.
그는 분석과 연구를 통해 '성장하는 주식을 싸게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고 실천한다.
올해 유망 섹터를 묻자 그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섹터별 이익 전망치가 빼곡히 담긴 숫자를 제시하면서 올해 기업 이익은 어느 때보다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무는 "기업 실적 전망이 좋았다가 갈수록 하향 조정이 된 작년과 달리 올해는 전망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어 18.9% 성장할 것이란 추정치가 믿을 만하다"며 이익 증가율이 높은 IT(정보기술) 금융 철강 자동차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올해 기업 이익증가분의 절반가량이 IT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금융주는 성장성은 없지만 주가가 많이 빠져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분기실적에 연연하지 말고 추세를 보라고 조언했다.
추세를 읽기 위해 그는 매주 분석을 업데이트하고 포트폴리오 조정을 논의한다.
똑같이 실적이 악화돼도 기업가치 훼손으로 판단되면 주식을 팔고,성장 잠재력을 위한 일시적 현상이라면 투자를 늘린다.
시장에 대해서도 올 들어 조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는 "최근 미국의 신용위기 속에서도 한국증시가 크게 악화되고 있지 않은 것은 세계경제의 축이 이머징마켓으로 그만큼 많이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상황이 안정되면 유동성이 다시 이머징마켓으로 흘러들어와 주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투자 고수로 유명한 최권욱 코스모투자자문 대표가 조 전무를 '운용에 있어선 국내 최고'라면서 엄지를 번쩍 치켜들지만 그는 손사래를 친다.
"지난 15년여간 매니저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지만 시황을 맞춘 건 별로 없어요.
절반이나 맞췄을까.
종목 분석을 열심히 해서 확신을 가졌는데 실패한 경우도 적지 않았죠.지나친 확신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합니다.
손절매에 약한 개인투자자들이 굳이 직접투자한다면 연구하고 분석해서 업종이 다른 대형주 5종목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조 전무는 아무리 운용 노하우가 쌓여도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믿을 건 첫째도 '실력', 둘째도 '실력'밖에 없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