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시에 재미난 구경거리가 하나 생겼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제일화재에 대해 선언한 M&A 시도 얘기다.

요즘 우리 증시는 미국증시 상황 따라 흐렸다 개었다 하는 장이어서 다소 지루한 편이다. 이런 상황에 기업끼리 먹고 먹히는 볼 만한 싸움이 났다.

경영권 분쟁 혹은 M&A 공방은 결국 지분 싸움이다. 승자는 지분을 많이 가진 쪽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종목들은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매수세가 증가하게 마련이니, M&A 이슈는 주가에 더없이 좋은 호재다. 그러니 간만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이쪽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8일 증시에서 제일화재는 3일째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상한가의 시작은 엉뚱하게도 메리츠의 공격 때문이 아니라 국민은행으로의 피인수설이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2월말까지 제일화재 지분을 1.38% 추가하면서 제일화재에 대한 지분율이 6.55%까지 늘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이 제일화재를 인수하려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시장에 돌았고, 이것이 지난 15일 제일화재가 상한가를 찍고 돌아오게 만들었다. 그러나 국민은행과 제일화재는 양측 모두 이를 부인하는 공시를 냈다.

재미난 이야기는 바로 그 이후에 이어졌다. 아쉬움이 남은 투자자들이 손을 놓지 않아 제일화재는 16일 상한가로 마감을 했는데, 16일 장 마감 후에 메리츠종금이 경영참여 목적으로 제일화재 지분 4.21%를 취득했다는 공시를 낸 것.

인수설의 주체가 바뀌었지만, 어쨌든 제일화재는 이로써 단박에 중소형 보험주의 스타로 부상했다.

이어 지난 17일 개장 전 메리츠화재가 공시를 통해 “제일화재 인수 추진을 결정했고, 장내 및 우호적 또는 비우호적 장외취득 방법으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하며 못을 박아줬다. 이에 지난 17일에도 제일화재는 사흘째 상한가를 지속했다.

메리츠화재는 제일화재의 지분 4.11%를 보유중이며, 계열사인 메리츠종금 및 우호적 관계인 한진중공업 계열사 한국종합기술, 한일레저 등 4개사를 통해 16일 현재 제일화재의 지분을 11.46% 보유중이라고 밝혔다.

제일화재의 대주주 김영혜 제일화재 이사회 의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이기도 하다. 김 의장 측의 제일화재 지분은 21.11%다.

메리츠화재에서는 제일화재 대주주측에 20.68%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서를 발송했지만 제일화재 대주주는 매각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M&A는 적대적인 M&A로 넘어가며 공개적인 싸움이 벌어지게 될 전망이다.

이번 싸움과 관련해 푸르덴셜투자증권의 성병수 애널리스트는 “공개매수를 하게 되면 제일화재와 한화그룹의 공조 등으로 제일화재 주가가 상승해 메리츠측의 공개매수 자금이 증가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M&A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키움증권에서는 이번 M&A의 성사 여부를 떠나 금융기관 적대적 M&A의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 증권, 보험의 M&A에 따른 대주주 변경은 감독당국의 허가사항이라 신 정부 체제 감독당국의 M&A의 시각을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M&A가 성공하며 향후 지분율이 낮은 금융기관의 M&A가 증가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아무튼, 이번 메리츠금융그룹의 제일화재 인수전은 여러 모로 재미있는 관전포인트를 두루 갖추고 있는 것 같다. M&A라는 것은 당사자들간의 밀고 당기기 속에서 최종적으로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법이니, 성사 여부는 당분간 지켜봐야겠지만 말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