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원전 미리 게재 지재권 보호 못받아 낭패

#사례1

어린이 놀이시설 전문업체인 울산의 A사는 수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국산화한 놀이시설 신제품 80여건에 대해 지난해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 신청을 했다가 낭패를 봤다. 특허청으로부터 "새 디자인으로서의 가치를 이미 상실했다"며 등록을 거절당한 것. 이미 1년 전에 열린 한 하우징페어 카탈로그에 게시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사 측은 "수천만원의 디자인 개발비를 날린 것은 어쩔 수 없다 해도 불법 카피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게 더 불안하다"며 안타까워 했다.

#사례2

전선 커넥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 D사는 2005년 신제품 커넥터에 대해 실용신안을 취득했다. 그러나 1년 뒤 이 제품이 디자인으로서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다시 디자인 등록을 신청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회사 측은 "실용신안 등록 당시 특허청 공보를 통해 이미 공개됐으므로 고유 디자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등록 거절 통보를 들어야 했다.

공들여 개발한 신규 디자인을 무심코 공개했다가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이 창작한 디자인이라도 출원 전에 잡지,카탈로그 등 간행물에 미리 게재하거나 전람회 출품 등으로 공개한 것이라면 '신규성'이 상실된다는 규정을 제대로 몰라 빚어지는 일들이다.

17일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출원인의 디자인이 출원 전에 반포된 간행물에 게재되는 등의 이유로 등록이 거절된 출원 건수가 2005년 46건,2006년 52건,2007년 134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인별로는 제품 홍보 카탈로그 등 간행물에 게재된 경우가 113건(49%),본인이 출원과 함께 공개를 신청한 뒤 뒤늦게 등록을 신청한 경우나 이미 등록된 실용신안과 유사한 경우가 104건(45%),기타 인터넷 게재 등이 15건(6%)을 차지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디자인 특성상 한번 공개되면 누구나 쉽게 응용할 수 있는 공유물의 개념을 띠기 때문에 신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귀중한 지식재산권을 보호받으려면 디자인 등록 전 공개를 삼가는 것은 물론 공개 사실 여부를 미리 파악해 신고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허청은 이와 관련,공개된 디자인이라도 6개월 이내에 이 같은 사실을 증빙해 신고하면 지식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예외로 신규성을 인정해주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단순 부주의나 규정을 몰라 발생한 경우를 구제하기 위한 보호장치"라며 "이를 적극 활용해 소중한 디자인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