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이틀째 달리고 있다.

밤 사이 미국 증시가 2.80%(256.80P)나 뛰어오른 데 힘입은 바 크다. 전날 발표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뜻밖에’ 호조를 보인 덕분이라 한다.

JP모간체이스와 코카콜라의 1분기 순이익은 월가 예상치를 웃돌았고, 인텔은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수준의 실적을 내놓았다는 소식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신용위기가 불거진 후, 미국기업의 실적 부진 우려는 상당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월가는 기업들의 실적기대치를 줄곧 하향 조정하는 분위기였다.

지난 주 GE의 예상치 못했던 부진은 분위기를 더욱 침울하게 만들었다.

GE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대비 6% 감소했다.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주당 순이익은 44센트로, 월가 전망치 51센트를 크게 하회했다.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지난 밤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기대를 웃돌거나,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실적을 내놓은 것이다. 시장이 환호를 보낼 수밖에 없다.

재미있는 것은 시장 심리에 따라 주가가 울고 웃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각자 주어진 여건 속에서 올린 실적을 숫자로 표현한 것뿐이다. 그런데 시장의 기대 수준이 머리꼭대기에 있느냐, 발바닥에 달렸느냐에 따라 그 반응이 천지차이다.

GE는 시장의 기대치를 잔뜩 올려놨다가 역풍을 맞은 면이 크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이 실적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기대감을 잔뜩 부풀려 놨었다. 3월 중순 무렵까지 1분기 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0% 성장 가능하다고 밝혔던 것. 그러다 보니 실망감에 부진 규모가 더 크게 보였던 것이다. 덕분에 쏟아진 실망 매물로 실적 발표 당일 GE의 주가는 12.8%나 추락했다.

반면 JP모간체이스는 달랐다. 금융업체들의 실적부진 우려가 워낙 극심한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이 별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월가 예상치를 웃돈 실적을 내놨다. 1분기 순이익의 절대수치는 전년동기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지만, 시장 반응은 ‘그래도 이 정도면 잘했다”며 등을 두드려줬다.

확실히 시장은 서프라이즈를 좋아하는 것 같다. 다만 GE처럼 실망시키는 서프라이즈가 아닌, 예상보다 긍정적인 서프라이즈 말이다.

한 기업이 내놓은 실적의 절대적 수치는 객관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수치를 들여다보는 사람의 주관적 심리란 얼마나 알량한지.

시장의 이런 반응이 어쩌면 기업들의 요령을 조장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일부러 다이어트한 실적 전망치를 내놓고 엄살을 부릴수록 주가에는 긍정적일 테니 말이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