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 Focus] '증시의 테레사 수녀' 테퍼의 수모
"'시장의 테레사 수녀'도 서브프라임에 당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헤지펀드 아팔루사 창립자인 데이비드 테퍼(50)가 지난 1분기 부실 채권에 집중 투자하는 60억달러 규모의 2개 펀드에서 17%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운용하는 아팔루사와 팔로미노 펀드는 신용경색 여파로 보유 채권 가격이 급락,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의 정크본드 트레이더 출신인 테퍼는 1993년 아팔루사 창업 이후 파산하거나 파산 직전에 몰린 기업의 부실 채권을 사들여 차익을 실현하는 전형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고위험-고수익)' 전략으로 월가에서 승승장구해온 인물이다.

그동안 연 평균 30%안팎의 수익을 거두며 월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중 하나이다.

아팔루사는 최근 메릴린치 등과 공동으로 25억달러를 투입해 위기에 빠진 델파이를 살리겠다고 발표했다가 돌연 투자 계획을 철회,델파이 회생에 먹구름을 뿌리기도 했다.

한국의 외환위기 때 효성T&C 한국타이어 대우통신 등에 투자해 국내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일각에선 그를 '냉혹한 기업 사냥꾼'이라고 평가하지만 테퍼 자신은 스스로를 '증시의 테레사 수녀'라고 부른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부실 기업에 관심을 갖고 투자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되살려낸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별칭에 걸맞게 2004년엔 모교인 미국 카네기 멜론대 MBA(경영대학원) 과정에 55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 대학 MBA에는 '테퍼스쿨'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신용경색으로 굴욕을 겪는 헤지펀드 매니저는 테퍼뿐이 아니다.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의 공동 창업자인 존 메리웨더가 이끄는 헤지펀드 JWM 파트너스 산하 최대 펀드인 '렐러티브 밸류 오퍼튜니티 펀드'는 3월 한 달 새 20%의 손실을 입는 등 1분기 중 31%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을 예측한 베팅으로 37억달러에 달하는 최고 보수를 받은 존 폴슨 폴슨앤드코 설립자는 올 1분기에도 10%의 수익을 올리는 등 헤지펀드 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