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뚫린 'AI 방역' … 통제지역서 3차례 감염오리 반출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지역에서 3차례나 감염오리 반출사건이 일어나 방역당국의 방역대가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AI에 감염된 오리 수천마리가 전북 정읍에서 전남 나주 도축장까지 수송된 사실이 밝혀진 데 이어 최근엔 3차례에 걸쳐 감염오리를 반출한 유통업자들이 전북 6개 시ㆍ군의 30여개 가금류 농장과 음식점을 드나든 사실까지 밝혀졌다.

방역대 곳곳에 구멍이 뚫리면서 AI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전북 김제ㆍ정읍,전남 영암ㆍ나주ㆍ무안에 이어 지난 13일엔 전남 함평과 전북 익산에서도 AI 의심 사례가 신고되는 등 AI 확산 기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14일 'AI 감염오리'의 유통 경로를 조사 중인 전북 김제경찰서에 따르면 오리 유통업자 박모씨(37)가 방역대 안에 있는 김제시 용지면 소재 황모씨(54)의 오리 농장에서 오리 600마리를 구입한 시점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다.

황씨의 농장은 지난 3일 올 들어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인근 용지면의 양계농장으로부터 1.7㎞ 떨어진 곳이며,2일부터 방역당국의 가금류 이동통제가 이뤄지고 있었다.

방역당국은 전파력이 강한 AI의 특성 때문에 가금류의 엄격한 이동통제를 방역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고 AI 발생 직후부터 철저한 이동통제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박씨는 3차례나 이 방역대를 드나들며 오리를 사들였고,반출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제재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방역당국의 이동통제가 전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유통업자가 AI에 오염된 가금류를 전북 곳곳으로 싣고 다닌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AI가 전방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이미 이들 유통업자가 드나들었던 음식점과 양계농장에서 이틀 사이에 2건의 AI 양성반응이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방역대 안에서 오리를 빼돌린 박씨는 전체 600마리 가운데 40마리를 또 다른 유통업자 김씨에게 팔았으며 360마리는 전주와 정읍,부안,군산,익산 등지의 음식점에 공급했다.

나머지 200마리는 자신의 농장 주변에 매몰했다고 진술하고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박씨에게서 40마리를 전달받은 김씨는 이를 트럭에 싣고 다니다 지난 6일 김제 금산면의 음식점에 팔았고 12일 이 음식점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왔다.

박씨는 또 지난 10일 자신이 직접 익산시 황등면의 농장에 가서 닭을 사들였고 이 농장 역시 13일 AI 양성반응이 확인됐다.

AI에 감염된 가금류가 반출된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었다. 전북 정읍시 영원면의 오리 농장은 집단 폐사 사실을 신고하기 하루 전인 지난 2일 오리 6500여마리를 전남 나주 소재 도축장으로 출하해 물의를 빚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