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홍경식 변호사 "법률시장 개방, 해외진출 역량 키우는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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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기업이 필요하다면 어디든 달려가 최고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다.""국내 법률시장 개방은 제대로만 준비하면 오히려 해외 진출 기회를 넓히는 발판이 될 것이다.""폭력시위는 자기의사를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다.""불법주차만 없애도 차선이 하나 더 생기는 효과가 있다."
지난 1월 말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30년 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변신한 홍경식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는 실무와 이론을 두루 겸비한 최고의 법률가라는 명성 그대로 법조계 현안에 막힘이 없었다.
검사에서 변호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를 최근 서울 중구 남대문로 2가 한진빌딩 20층 사무실에서 만나 법률시장 개방 등 법조계를 둘러싼 핫이슈들의 해법을 들어봤다.
―30년 검찰 재직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음주운전 3진아웃 제도다.
부산지검 부장으로 있을 때 통계를 보니 교통사고 건수는 감소하는데 음주로 인한 사고는 매년 20~30%씩 늘더라.혈중 알코올농도가 0.35%가 안돼 구속은 안되지만 음주운전을 반복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라 음주운전 3진아웃제도를 도입했다.
가정주부들을 중심으로 반응이 굉장히 좋아 강의요청도 쇄도했다.
몇 년 뒤 서울지검 부장 때 이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 정착시켰다.
양형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년에 대법원 내에 새로 설치된 양영위원회의 초대 양형위원으로 참가하게 된 것도 이런 인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로스쿨 도입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보다 사회 각 방면의 전문적인 소양을 가진 사람이 많이 들어올 테니 전문성이 제고될 것은 분명하다.
다만 비법학전공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리걸 마인드(legal mind·법의식)가 좀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법조실무가로 출발하는 연령도 늦어지고 법조인 한 사람을 배출하는 비용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양성기간에 소요되는 비용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돼야 하지 않겠나.
로스쿨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거기에 변호사시험을 어떤 방식으로 치를 것인지,합격자 수의 문제,판·검사 선발문제 등이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
―법률시장 개방으로 법무법인(로펌)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클 것이다.
독일은 영미로펌이 들어오면서 토종로펌이 초토화되지 않았나.
초대형 글로벌 로펌과 경쟁해서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국내 로펌들의 관건이다.
전문성과 업무효율성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
말이 전문성이지 디테일(자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고 신속한 답을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가능한 게 아니다.
광장은 기업자문,금융,지식재산권,송무 등 크게 4개의 전문 그룹으로 나누어 전문성을 키워왔다.
변호사 수만도 외국변호사를 합쳐 210명이 넘는다.
충격을 잘 이겨내고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로펌들이 해외로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우리 기업들의 요구가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광장은 중국에 사무소가 있고,최근 산유국으로 뜨고 있는 카자흐스탄에는 사무소는 없지만 출장을 자주 가면서 우리 기업의 법률자문에 적극 응하고 있다.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 로펌도 많다.
건건이 제휴하기도 한다.
국내외 기업들의 수요에 맞춰 외국 로펌의 요청이 있어도 해외로 달려가 자문해주는 일이 적지 않다.
외국기업에 외국로펌을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법무연수원장 시절에 검찰 교육체계를 많이 바꾸었다고 들었다.
"직원들 교육에 신경쓰는 조직이 흔치 않다.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본인이 알아서 한다고 해도 교육프로그램을 세팅해놓지 않으면 교육받을 데가 없다.
그래서 전국에 있는 유명 검사들을 강사로 초빙해 주기적으로 교육시켰다.
중국 인민검찰관과 법무연수원 간 교류를 활성화시켜 검사들 상호 교환 강의 프로그램도 정착시켰다.
중국 검사가 우리 법무연수원에 와서 강의하고 거꾸로 한국 검사가 인민검찰관에 가서 중국 검사와 토론하는 방식이다.
외부 교육기관에 위탁해 경력별로 필요한 리더십을 키우는 과정도 만드는 등 교육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참고인 피의자 등을 무리하게 포토라인에 세우는 수사관행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소환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몰래 검찰에 들어오면 언론에서 난리치지 않나.
포토라인 설정은 불상사를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
정주영 전 현대회장이 검찰에 출두하다 머리가 카메라에 부딪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1993년 대검 공보관을 했는데 그때는 굉장했다.
기자들 몰래 들어오게 해주지 않으면 절대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분들과 비밀리에 출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언론 사이에서 애를 많이 먹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법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데.
"법질서를 잘 지키면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올라간다는 연구결과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거리의 불법주차만 없애도 차선 하나 더 생기는 효과가 있다.
차선 하나 만드는 데 수천억원이 든다는 걸 감안하면 경제적인 플러스효과가 분명하다.
과거처럼 하고 싶은 말에 대한 제약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의 의식은 여전히 자기의사를 자유롭게 못 밝히던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폭력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말이 먹히지 않으니 폭력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자기 의사를 강압적으로 남에게 강요하는 것밖에 안된다.
바뀐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격한 시위가 그치지 않는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고 본다.
"맞는 얘기다.
법질서는 집행기관이 일관성있게 집행해야 지켜진다.
단속하다가 흐지부지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불법행위는 확실히 안 된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침도 뱉고 담배꽁초 버리는 사람을 싱가포르에 데려다 놓으면 하지 않는다.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가차없이 몇백달러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법질서가 어지럽혀진 데에 법 집행기관인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친정인 검찰의 발전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검찰 본연의 업무에 더 충실해져야 한다.
검찰은 원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책무를 가지고 탄생했다.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보고 지휘감독하는 역할인데 지금은 직접수사의 비중이 높아진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형사정책적인 방향을 잡는 역할에 치중해야 한다.
범죄 통계가 초보 수준이라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개개의 사건에 너무 휩쓸리다보니 다양한 통계를 가지고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프로야구 해설자는 야구장의 잔디가 인조냐 천연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타율 통계를 기초로 경기를 해설한다.
우리는 기껏해야 좌투수냐 우투수냐를 따지는 수준이다."
정리=박민제/사진=허문찬 기자 pmj53@hankyung.com
지난 1월 말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30년 간 몸담았던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변신한 홍경식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는 실무와 이론을 두루 겸비한 최고의 법률가라는 명성 그대로 법조계 현안에 막힘이 없었다.
검사에서 변호사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를 최근 서울 중구 남대문로 2가 한진빌딩 20층 사무실에서 만나 법률시장 개방 등 법조계를 둘러싼 핫이슈들의 해법을 들어봤다.
―30년 검찰 재직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음주운전 3진아웃 제도다.
부산지검 부장으로 있을 때 통계를 보니 교통사고 건수는 감소하는데 음주로 인한 사고는 매년 20~30%씩 늘더라.혈중 알코올농도가 0.35%가 안돼 구속은 안되지만 음주운전을 반복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판단에 따라 음주운전 3진아웃제도를 도입했다.
가정주부들을 중심으로 반응이 굉장히 좋아 강의요청도 쇄도했다.
몇 년 뒤 서울지검 부장 때 이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 정착시켰다.
양형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년에 대법원 내에 새로 설치된 양영위원회의 초대 양형위원으로 참가하게 된 것도 이런 인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로스쿨 도입을 어떻게 보는가.
"지금보다 사회 각 방면의 전문적인 소양을 가진 사람이 많이 들어올 테니 전문성이 제고될 것은 분명하다.
다만 비법학전공자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리걸 마인드(legal mind·법의식)가 좀 부족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법조실무가로 출발하는 연령도 늦어지고 법조인 한 사람을 배출하는 비용이 지금보다 훨씬 많아지는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양성기간에 소요되는 비용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돼야 하지 않겠나.
로스쿨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거기에 변호사시험을 어떤 방식으로 치를 것인지,합격자 수의 문제,판·검사 선발문제 등이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
―법률시장 개방으로 법무법인(로펌)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단기적으로는 충격이 클 것이다.
독일은 영미로펌이 들어오면서 토종로펌이 초토화되지 않았나.
초대형 글로벌 로펌과 경쟁해서 어떻게 살아남느냐가 국내 로펌들의 관건이다.
전문성과 업무효율성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
말이 전문성이지 디테일(자세)한 부분까지 정확하고 신속한 답을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는 것이 하루아침에 가능한 게 아니다.
광장은 기업자문,금융,지식재산권,송무 등 크게 4개의 전문 그룹으로 나누어 전문성을 키워왔다.
변호사 수만도 외국변호사를 합쳐 210명이 넘는다.
충격을 잘 이겨내고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로펌들이 해외로 더 많이 진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우리 기업들의 요구가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광장은 중국에 사무소가 있고,최근 산유국으로 뜨고 있는 카자흐스탄에는 사무소는 없지만 출장을 자주 가면서 우리 기업의 법률자문에 적극 응하고 있다.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 로펌도 많다.
건건이 제휴하기도 한다.
국내외 기업들의 수요에 맞춰 외국 로펌의 요청이 있어도 해외로 달려가 자문해주는 일이 적지 않다.
외국기업에 외국로펌을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법무연수원장 시절에 검찰 교육체계를 많이 바꾸었다고 들었다.
"직원들 교육에 신경쓰는 조직이 흔치 않다.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본인이 알아서 한다고 해도 교육프로그램을 세팅해놓지 않으면 교육받을 데가 없다.
그래서 전국에 있는 유명 검사들을 강사로 초빙해 주기적으로 교육시켰다.
중국 인민검찰관과 법무연수원 간 교류를 활성화시켜 검사들 상호 교환 강의 프로그램도 정착시켰다.
중국 검사가 우리 법무연수원에 와서 강의하고 거꾸로 한국 검사가 인민검찰관에 가서 중국 검사와 토론하는 방식이다.
외부 교육기관에 위탁해 경력별로 필요한 리더십을 키우는 과정도 만드는 등 교육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참고인 피의자 등을 무리하게 포토라인에 세우는 수사관행을 바꾸겠다고 했는데.
"소환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몰래 검찰에 들어오면 언론에서 난리치지 않나.
포토라인 설정은 불상사를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
정주영 전 현대회장이 검찰에 출두하다 머리가 카메라에 부딪친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1993년 대검 공보관을 했는데 그때는 굉장했다.
기자들 몰래 들어오게 해주지 않으면 절대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분들과 비밀리에 출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는 언론 사이에서 애를 많이 먹었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법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데.
"법질서를 잘 지키면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올라간다는 연구결과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거리의 불법주차만 없애도 차선 하나 더 생기는 효과가 있다.
차선 하나 만드는 데 수천억원이 든다는 걸 감안하면 경제적인 플러스효과가 분명하다.
과거처럼 하고 싶은 말에 대한 제약 같은 것은 없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의 의식은 여전히 자기의사를 자유롭게 못 밝히던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폭력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말이 먹히지 않으니 폭력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자기 의사를 강압적으로 남에게 강요하는 것밖에 안된다.
바뀐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격한 시위가 그치지 않는 데는 정부 책임도 크다고 본다.
"맞는 얘기다.
법질서는 집행기관이 일관성있게 집행해야 지켜진다.
단속하다가 흐지부지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불법행위는 확실히 안 된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침도 뱉고 담배꽁초 버리는 사람을 싱가포르에 데려다 놓으면 하지 않는다.
불법행위가 적발되면 가차없이 몇백달러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법질서가 어지럽혀진 데에 법 집행기관인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친정인 검찰의 발전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검찰 본연의 업무에 더 충실해져야 한다.
검찰은 원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책무를 가지고 탄생했다.
경찰이 수사한 내용을 보고 지휘감독하는 역할인데 지금은 직접수사의 비중이 높아진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형사정책적인 방향을 잡는 역할에 치중해야 한다.
범죄 통계가 초보 수준이라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개개의 사건에 너무 휩쓸리다보니 다양한 통계를 가지고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프로야구 해설자는 야구장의 잔디가 인조냐 천연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타율 통계를 기초로 경기를 해설한다.
우리는 기껏해야 좌투수냐 우투수냐를 따지는 수준이다."
정리=박민제/사진=허문찬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