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서울 방배동의 서울메트로 본사.207억원 규모의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작업을 따내기 위해 삼성SDS,액센츄어 등 5∼6개 IT(정보기술)서비스 업체들이 열띤 경합을 벌였다.

이번 사업은 서울메트로가 2006년에 도입하려다 노조 반발 등으로 중단했던 프로젝트.회사 관계자는 "정부의 강력한 공공기관 혁신 지시에 따라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ERP란 기업의 모든 자원을 최적으로 관리하자는 개념으로 자금 회계 구매 생산 판매 등 모든 업무의 흐름을 자동 조절해 주는 전산 시스템이다.

1996년 삼성전자가 구축한 이래 2000년 초까지 대부분의 제조업 계열 대기업들이 ERP 도입을 완료했다.

기업 투명성과 직결된 시스템이라는 점 덕분에 한때 정부가 ERP 구축 기업에 30%의 조세 감면 혜택을 주기까지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은 대부분 ERP 도입을 늦춰왔다.

10일 현재 24개 공기업 중에서 8개,78개 준(準)정부기관 가운데 5개사만이 ERP 시스템을 갖췄다.

업계에선 196개 기타 공공기관까지 포함하면 도입률이 10%를 밑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기업들이 ERP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표면적 이유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었지만,내부적으로는 정보관리 통합으로 관련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노조의 반대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MB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기업들도 더이상 ERP 도입을 미루기 힘들게 됐다.

IT 서비스 기업들이 공공기관을 ERP 시장의 '블루 오션'으로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올해 ERP 도입을 계획 중인 곳만 한국서부발전,인천공항공사,대구지하철,부산지하철,지역난방공사 등 5곳에 달한다.

관련 기업들의 수주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ERP를 도입하지 않은 16개 공기업만 따져봐도 공공기관의 ERP 시장 규모가 약 30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서울메트로가 부친 입찰에도 삼성SDS,LG CNS,SK C&C 등 국내 업체는 물론 액센츄어,베어링포인트,IBM(이상 한국법인) 등 외국계 기업까지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S 관계자는 "ERP는 앞으로 자본시장통합법을 앞둔 금융기관과 민간 중소기업들로도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