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테스코 신개념 슈퍼체인 … 美서 월마트에 도전장

'프레시 앤드 이지'의 유통 실험
미국에 신개념 슈퍼마켓이 들어섰다.

규모는 일반 대형 마트의 10분의 1이 안 될 정도로 작다.

파는 것도 대부분 무방부제 무색소 웰빙 제품이다.

그렇다고 비싼 유기농 식품 매장을 떠올렸다간 큰코 다친다.

가격은 오히려 기존 슈퍼마켓보다 더 저렴하다.

점포의 이름은 '프레시 앤드 이지(Fresh&Easy)'. 쇼핑 문화의 기준을 '규모와 물량'에서 '신선함과 간편함'으로 바꾸겠다는 이들의 야심에 세계 유통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프레시 앤드 이지는 미국 시장에 첫 진출하는 영국 테스코의 야심찬 카드다.

세계 3위 유통업체로 한국에도 들어와 있는 테스코는 월마트 등이 꽉 잡고 있는 미국 시장 판도를 흔들기 위해 차별화 전략에 나섰고 새 슈퍼체인 프레시 앤드 이지를 탄생시켰다.

지난해 11월 로스앤젤레스에 첫 점포를 낸 후 유행이 빠르기로 유명한 할리우드와 라스베이거스 등에 59개의 점포를 열고 입소문을 모으고 있다.

첫 방문 고객들의 표정은 처음엔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가 이내 웃는 얼굴로 바뀐다.

프레시 앤드 이지의 점포 면적은 월마트식 대형 할인점의 10분의 1인 930㎡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선반이 낮아 제품이 한눈에 들어오고 원하는 상품을 찾아 드넓은 매장을 왔다갔다 하느라 지칠 일은 없다.

규모보다 쇼핑 편의성에 중점을 둔 덕분이다.

취급 제품 수도 3500여가지로 보통 6만여개인 다른 슈퍼마켓보다 적다.

하지만 엄선한 제품으로 채웠다.

코카콜라나 크래프트 치즈 같은 일부 인기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체상표(PB) 제품들로 인공첨가제나 방부제,트랜스지방이 없다.

달걀은 방목한 닭이 낳은 것,우유는 성장호르몬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만 진열된다.

모든 과일과 채소에는 유통기한이 찍혀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가격.조사업체인 TNS리테일이 점포별 가격대를 비교한 결과 프레시 앤드 이지가 평균보다 30% 저렴했다.

비결은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 절감.모든 점포에 계산대 점원이 없어 소비자가 자동화기계를 통해 직접 결제한다.

텔레비전과 신문 광고도 최소화했다.

팀 메이슨 프레시 앤드 이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21세기 미국인에 맞는 새로운 쇼핑 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자부했다.

테스코는 미국 시장 진출에 앞서 사전조사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조사원들은 미국 내 60여 가정에 상주하며 이들이 장 보거나 요리하는 모습,냉장고와 창고 속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새로운 도전인 만큼 위험도 따른다.

월마트식 할인점에 익숙한 미국인들은 간소함을 내세운 프레시 앤드 이지의 쇼핑 문화를 아직은 낯설어 한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인 파이퍼제프리의 마이크 데니스 애널리스트는 프레시 앤드 이지의 점포당 주간 매출이 목표인 20만달러보다 적은 17만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성장세를 낙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플래닛리테일의 브라이언 로버츠 조사책임자는 "프레시 앤드 이지가 2020년까지 5000여 점포에 60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미국 내 5위인 세이프웨이를 누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